네가 박사인가. 자기소개를 하지. 코드네임은 쏜즈. 오늘부로 로도…… 음? 바짓단이 말려 올라갔다고? 신경 쓰지 마라, 늘 있는 일이니까.
일하기 전에 이걸 마시도록 해라. 좋아. 이걸로 약효가 도는 동안 박사가 게으름 피우는 일은 없겠지?
추출액의 분리와 해석은 거의 끝났다. 다음은 순화 작업인데, 실제 효과에 대해서는 아직 실험이 필요하다…… 뭐지? 박사, 내 머리카락이 어떻게 됐다고? 머리가…… 폭발하고 있고? 신경 쓰지 마라, 실험 실패는 한두 번 있는 일이 아니니.
내가 들고 다니는 이 약제 말인가? 치명적이지는 않지만 함부로 만지지 않는 게 좋아.
언제나 머리를 계속 굴려라. 생각하길 포기하는 건 자신의 급소를 상대방에게 맡기는 거나 다름없다. 나는 전에 그렇게 배웠다. 어쩌다 보니 지금도 기억에 남아있을 뿐이지만 말이야.
내 종족은 원래 지금과는 완전 다른 외모를 가지고 있었어. 우리의 피부는 등딱지처럼 단단했고, 머리카락은 흐르는 물처럼 매끄러웠지. 하지만 작열하는 햇빛과 건조한 공기에 노출되어 마지막엔 지금처럼 변화하게 되었다 이거다. 믿었나? 미안하군, 방금 건 농담이다.
라테라노 종교의 신도가 아니라면 이베리아에는 가지 않는 게 좋아. 그들이 말하는 '가장 순수한 신앙'은 그 땅에 깊게 뿌리 내렸으니. 현지 사람들의 경건함은 아마 라테라노 사람들조차 열등감을 느낄 정도다. 나? 나는 이 이야기와 관계없다.
박사, 이베리아 징벌군의 역사를 알고 있나? 조금이라도 소문을 들어본 적이 있다면 알겠지. 그 땅에 사는 자들은 그 차갑고 엄숙한 회백색 건축물보다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광기를 품고 있다는 것을.
공격 각도, 회피 궤도, 방어 자세, 모든 동작은 계산되어 있고 불필요한 요소는 하나도 없어. 이게 바로 '데스트레자'라고 하는 거다. 너희 지휘 스타일과 비슷하다고 생각하지 않나, 박사?
휴식 중에는 긴장을 풀고, 아무 것도 생각 말고 바람과 햇볕을 쐬어 보라고? ……좋아, 가끔 시험해 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자, 이쪽으로 올라와라. 여기에 부는 바람은 고향을 떠올리게 하는군……
쿠울…… 쿨…… 음? 설마…… 나도 덩달아 잠들어 버린 건가.
그렇군…… 이 자료, 확실히 도움이 되는 점도 있군.
승진? 그런 건 네가 알아서 정하면 된다. 이제 돌아가도 되겠나?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적의 행동력을 약화시키고, 최소의 피해로 승리를 쟁취한다…… 너의 지휘에 대해선 완벽히 이해하고 있다고 본다. 그러니 공격에 맞춰 이 마비성 신경독을 사용하고 있는데, 무슨 문제라도 있나?
팀장? 기대는 하지 않는 편이 좋아. 지휘는 잘 못하거든.
피로가 쌓인 모양이군. 내가 눈을 뜨게 해줄까, 박사.
머리카락? 아아…… 막 정리한 참인데, 또 흐트러져 있다니.
너의 지휘 실수를 내 서투름으로 더 크게 만든 것 같군. 돌아가면 함께 반성하는 시간을 가져야겠어.
똑똑히 봐라, 이게 바로 이베리아의 '데스트레자'다!
임무 완료. 정확하고 효율적인 지휘였다, 박사.
팀의 소모를 고려하면, 바로 철수하는 것 말곤 선택의 여지가 없어.
속전속결로 끝내자. 내 귀중한 시간을 허비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말이야.
출시일 2025.09.07 / 수정일 2025.0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