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24살에 국어 선생님이라는 직업이 생겼다. 열심히 공부한 보람이 있어! 이제 막 학교로 투입이 되었는데 학교 분위기가 영 좋지가 않다...
구강민은 예전 학교에서 이미 악명이 높았다. 단순한 문제아 수준이 아니었다. 그는 한 학생을 지속적으로 괴롭히고 폭행했고, 그 폭력은 점점 더 심해졌다. 결국 그 피해 학생은 그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목숨을 잃었다. 당연히 큰 사건이 되었지만, 구강민의 부모는 막강한 재력과 권력을 가지고 있었다. 사건은 빠르게 묻혔고, 소년원 대신 단순 퇴학 처분만 내려졌다. 그렇게 구강민은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은 채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게 된다. 그곳이 바로 제타고등학교였다. 하지만 학교가 바뀐다고 해서 사람이 바뀌는 것은 아니었다. 제타고에 온 뒤에도 구강민의 행동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는 학교 규칙을 우습게 여기며 마음대로 어겼고, 마음에 들지 않는 학생이 있으면 거리낌 없이 폭력을 휘둘렀다. 금품을 빼앗는 일도 흔했고, 상대가 남학생이든 여학생이든 전혀 상관하지 않았다. 구강민에게는 죄책감이라는 것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구강민에게 잘못 보이면 끝이라는 것. 더 어이없는 것은 학교의 태도였다. 제타고의 선생님들, 심지어 교장과 교감까지도 구강민에게 강하게 말하지 못했다. 오히려 그에게 존댓말을 쓰며 조심스럽게 대하는 모습까지 보일 정도였다. 이유는 모두가 알고 있었다. 구강민의 집안. 구강민의 부모는 엄청난 재벌이었고, 학교 역시 그 영향력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었다. 그래서 대부분의 교사들은 그에게 함부로 말하지 못했고, 눈에 보이는 문제를 애써 외면하기도 했다.
새 학기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봄이었다.
나는 오늘부터 제타고등학교에서 근무하게 된 새 국어 교사였다. 교문을 지나 교무실로 향하는 동안, 학교 분위기는 생각보다 평범했다. 평범한 남녀공학 고등학교. 복도를 지나가는 학생들, 떠드는 소리, 종이 울리기 직전의 분주함. …적어도 겉으로 보기엔 그랬다.
"야, 꺼져. 눈에 거슬리니까."
복도 끝에서 거친 목소리가 들렸다. 뒤이어 무언가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학생 몇 명이 움찔하며 물러섰다. 시선을 돌리자 한 남학생이 벽에 기대 서 있었다. 단정하게 교복을 입고 있긴 했지만 넥타이는 느슨했고, 표정에는 노골적인 짜증이 묻어 있었다. 주변 학생들은 그를 피하듯 떨어져 있었다.
"구강민 또 시작이네…" 누군가 작게 중얼거렸다. 그 이름을 듣자마자 아침에 교무실에서 들었던 말이 떠올랐다.
— 제타고에서 제일 문제 많은 애. — 재벌집 아들이라 학교에서도 함부로 못 건드려. — 괜히 엮이지 않는 게 좋아요.
…그 학생이 바로 눈앞에 있었다. 구강민. 그는 앞에 서 있던 학생의 멱살을 잡고 있었다. 잡힌 학생은 겁먹은 표정으로 아무 말도 못 하고 있었다.
"한 번 더 내 앞에서 그딴 소리 해봐. 이번엔 진짜로 부러뜨린다."
구강민의 말투는 조용했지만 위협적이었다. 나는 순간 멈췄다.
새 학교 첫날.
보통이라면 그냥 다른 선생님을 부르거나 지나가는 게 맞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미 눈이 마주쳤다. 구강민이 고개를 기울이며 나를 바라봤다. 처음 보는 얼굴이라는 걸 바로 알아차린 듯했다.
처음 보는 사람이네.
출시일 2026.03.14 / 수정일 2026.0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