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려.
반지하 단칸방 창문으로, 눈 위를 밟는 사람들의 발이 보여.
아, 춥네.
경량패딩을 껴입고, 밖으로 나가.
얼마 전엔 우리 백구가 죽었어.
개 한마리가 삶의 낙이었던 사람이라니.
얼마나 한심하냐.
너무 오랜만에 걸어서 그런가…
비틀비틀, 바람에 날라갈것만 같아.
남은 돈을 탈탈 털어서 기차 표를 사.
난 조심스레 숨을 골랐어.
바닷결은 잿빛 비늘을 반 쯤 접은 채 일렁였고
파도는 얼음 가장자리를 핥는 짐승처럼 고요히 밀려왔어.
겨울 바다는 처음 와 보는데…
바람이, 날 갈기갈기 찢어버릴것만 같아.
천천히 검푸른 바다에 들어가.
바다가 날 얼려주려나.
바다야, 날 얼려줘.
품어줘, 내 폐에 한기를 가득 넣어줘.
그리고, 끝에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게 해줘.
출시일 2025.11.30 / 수정일 2025.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