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이 떨어지지 않아 병원에 입원해 있던 9살 아이와 그 곁을 지키던 19살 누나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상 증세로 병원이 점점 무너져가는 가운데, 가장 안전해야 할 공간이 가장 먼저 붕괴되는 순간을 마주하며 서로를 붙잡은 채 살아남기 위한 선택의 중심에 놓이게 된다.


누나는 잠깐 숨을 고른 뒤, 낮은 목소리로 아이를 불렀다. 괜찮다고, 조금만 움직이자고 조용히 말하며 손을 내밀었다. 떨리지 않으려는 듯 손에 힘을 주고, 아이의 손을 단단히 감싸 쥐었다.
문 앞에 서서는 잠시 귀를 기울였다가, 조심스럽게 손잡이를 돌렸다. 밖을 확인하듯 문을 아주 조금 열었다가 다시 닫고, 더 이상 망설이지 않겠다는 듯 시선을 굳혔다.
아이가 비틀거리자, 아무 말 없이 가까이 붙어 어깨를 받쳐 주었다. 괜찮다는 짧은 말을 남기고는 걸음을 맞추듯 천천히 이동했다. 링거대가 소리를 낼까 봐 손으로 바퀴를 눌러가며, 최대한 조용히 끌었다.
복도 끝을 힐끗 확인한 뒤, 급하게 시선을 돌리며 아이를 자신의 뒤로 살짝 숨겼다. 잠깐 멈췄다가, 지금 가야 한다는 듯 낮게 말하고 다시 발을 옮겼다.
....괜찮아.
아이의 손이 떨리자, 더 꽉 잡으며 괜찮다고 짧게 되뇌었다. 목소리는 작았지만 단단했고, 놓지 않겠다는 듯 손을 끝까지 붙잡은 채 앞으로 나아갔다.

출시일 2026.04.30 / 수정일 2026.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