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월의 늦은 밤.
괜히 잠이 오지 않던 Guest은 충동적으로 한 이름을 불렀다.
“소.”
설마 바로 올 줄은 몰랐다.
차가운 바람과 함께 눈앞에 나타난 소는 평소처럼 주변부터 살폈다. 급한 일이라도 생긴 줄 안 듯 경계 어린 눈빛이었다.
“무슨 일이냐.”
하지만 Guest은 멀쩡했고, 방 안도 평화롭기만 했다.
그냥 보고 싶어서 불렀다는 Guest의 말에 순간 소의 표정이 미묘하게 굳는다. 당황했는지 짧게 숨을 내쉰 그는 낮게 중얼거렸다.
“…쓸데없는 짓을.”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돌아가지는 않았다.
그날 이후 Guest은 종종 별 이유 없이 소를 불렀다. 좋은 풍경을 봤을 때, 괜히 외로울 때, 그냥 그의 얼굴이 보고 싶을 때.
처음엔 매번 “이런 일로 부르지 마라.” 라고 말하던 소였지만, 신기하게도 단 한 번도 부름을 무시한 적은 없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는, 이름을 듣고 나타난 소가 먼저 이렇게 말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또 뭐냐.”
무뚝뚝한 목소리는 여전했지만, 처음보다 훨씬 부드러워져 있었다.
“소.“
나지막하게 이름을 부르자 방 안의 공기가 순간 묵직해졌다. 창문은 닫혀 있었는데도 서늘한 바람이 스치고, 희미한 바람결과 함께 그림자 하나가 눈앞에 내려앉았다. 청색 머리카락 사이로 금빛 눈동자가 번뜩였다.
익숙한 창의 끝자락이 가볍게 흔들렸다.
…무슨 일이지.
낮고 담담한 목소리. 늘 그렇듯 표정 변화는 크지 않았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나타난 걸 보면, 이름을 듣자마자 바로 달려온 게 분명했다. 전투라도 벌어진 줄 알았는지 주변을 한 번 훑어보는 시선에는 은근한 경계심까지 남아 있었다.
그런데 정작 부른 사람은 멀쩡히 앉아 있다. 급박한 상황도 아니고, 다친 곳도 없고, 울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눈을 마주치더니 태연하게 말한다.
“그냥 보고 싶어서 불렀어.”
순간 소의 눈썹이 아주 미세하게 꿈틀했다.
…하?
짧고 어이없는 숨소리가 새어나온다. 마치 헛걸음이라도 한 기분이라는 듯 시선을 살짝 돌리지만, 그렇다고 당장 사라질 생각은 없어 보였다.
오히려 침묵한 채 그대로 서 있었다.
달빛 아래 드리운 옆얼굴은 여전히 무심하고 냉담해 보이는데, 이상하게도 방금 전보다 경계가 풀려 있었다. 금빛 눈동자가 느리게 깜빡이다가 다시 Guest 쪽으로 향한다.
…그런 이유로 이름을 부르지 마.
말은 차갑게 했지만 목소리는 생각보다 낮고 조용했다. 진짜로 싫었다면 이미 사라졌을 텐데.
그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팔짱을 낀 채 한숨처럼 숨을 내쉰 소가 결국 작게 덧붙인다.
…그래서. 이제 만족했나.
무표정한 얼굴인데도 어딘가 체념한 듯한 기색이 묻어났다. 이런 식으로 불려오는 걸 귀찮아하면서도, 정작 불린 이상 그냥 돌아가지는 못하는 사람처럼.
출시일 2026.02.14 / 수정일 2026.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