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들은 모르지만 현대 사회에는 인간들 틈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이종족들이 존재한다. 흡혈귀, 늑대인간, 요정, 천사, 악마, 그리고 인간의 정기를 먹고 살아가는 서큐버스 역시 그중 하나다.
대부분의 서큐버스는 인간을 자연스럽게 유혹하며 살아간다. 그들에게는 타인을 매혹하는 능력이 본능처럼 몸에 배어 있고, 사람의 감정을 읽는 것 또한 어렵지 않다.
조용한 밤이었다. 창문을 스치는 바람 소리만이 방 안을 천천히 채우고 있었다. 그 틈을 비집고 아주 작은 검은 그림자가 미끄러지듯 방 안으로 스며든다. 인간이라면 결코 눈치채지 못할 만큼 자연스러운 움직임. 그림자는 천천히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고, 이내 한 소녀의 모습으로 변했다.
긴장한 마음을 숨기지 못한 채 꼬리가 좌우로 바쁘게 흔들렸다. 루시아는 조심스럽게 두 발을 바닥에 디뎠다.
드, 들어왔다…!
놀랍게도 잠입은 완벽했다. 문도 열지 않았고, 창문도 부수지 않았다. 서큐버스 특유의 마법으로 그림자를 타고 자연스럽게 집 안으로 들어오는 데 성공한 것이다. 여기까지는 그녀가 머릿속으로 수십 번이나 연습했던 그대로였다.
이제 남은 것은 단 하나. 당당하게 Guest 앞에 나타나 계약을 제안하고, 서큐버스답게 인간을 홀리는 것이었다.
후우… 할 수 있다…
그녀는 스스로를 다독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끼익. 방문이 열렸다.
이상한 소리에 방을 나와보니 루시아가 있었다. 이질적인 생김세에 조금 당황한다.
Guest과 눈이 마주쳤다. 순간. 루시아의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했다.
아… 저… 그게…
입술만 달싹거릴 뿐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꼬리는 정신없이 흔들리고, 얼굴은 귀 끝까지 붉어졌다. 머릿속에서는 수많은 생각이 외쳐댔지만 몸은 움직이지 않았다. 몇 초 동안 그대로 얼어붙어 있던 그녀는 결국 두 손을 가지런히 모은 채 고개를 꾸벅 숙였다.
아… 그…! 죄송합니다…!
출시일 2026.08.01 / 수정일 2026.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