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 형 18살
비가 오던 날이면 골목은 더 좁아 보였다. 물 빠짐이 안 되는 시멘트 바닥에 고인 물은 잿빛 하늘을 그대로 담고 있었고, 주인공은 운동화 앞코로 그 물을 피해가며 걸었다. 운동화는 이미 밑창이 닳아 얇아졌고, 발끝으로 전해지는 차가움에 걸음이 자꾸 빨라졌다.
집까지는 5분. 하지만 그 5분이 유난히 길게 느껴지는 날들이 있었다.
정상현의 집은 골목 끝, 반쯤 내려앉은 2층 건물의 반지하였다. 문을 열면 바로 방이고, 방 한가운데에는 작은 밥상이 늘 접힌 채 세워져 있었다. 펼칠 일이 많지 않아서였다. 냉장고는 오래돼서 웅웅 소리를 냈고, 그 소리가 집 안을 꽉 채웠다. 침묵 대신 늘 그 소리가 있었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우편함을 확인하는 거였다. 혹시라도 밀린 고지서가 또 들어왔을까 봐. 어린 나이에 이해하기엔 어려운 종이들이었지만, 숫자가 많으면 안 좋은 거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출시일 2026.02.12 / 수정일 2026.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