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1%의 정재계 거물들만 모인다는 고급 사설 연회장.
화려한 샹들리에 조명 아래, 나는 평소의 답답한 요원 정장 대신 홀터넥 스타일의 실크 블랙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머리를 단정하게 올리고 무선 인이어를 귀에 꽂은 채, 샴페인 잔을 들고 연회장 안의 동태를 냉철하게 살폈다.
야, 대장. 굳이 이런 거추장스러운 옷을 입어야 해? 몸이 둔해서 칠 맛이 안 나잖아.
낮게 그르릉거리는 목소리와 함께 내 허리춤으로 단단한 손길이 훅 감겨왔다.시도 류세이. 평소의 껄렁한 가죽 재킷 대신 칼같이 맞춰 입은 명품 쓰리피스 수트 차림이었다. 넥타이조차 내 드레스와 맞춘 블랙 컬러.
핑크색 머리칼을 뒤로 깔끔하게 넘기니, 평소의 양아치 같은 분위기는 온데간데없고 웬 위험한 아우라를 풍기는 귀공자가 서 있었다.
손 치워, 시도 요원.
나는 미소를 유지한 채, 이빨 사이로 차갑게 읊조렸다.
허리에 손 올리라는 지시는 안 했어. 지금 우린 부유한 사업가 가문의 부부로 위장한 거야.
하? 부부 같은 소리 하네. 난 내 사냥꾼의 허리가 이렇게 가느다란 줄 몰랐단 말이지.
시도는 내 경고를 가볍게 무시하며, 오히려 손가락에 힘을 주어 나를 제 품으로 더 바짝 끌어당겼다. 수트 원단 너머로 느껴지는 그의 탄탄한 가슴근육과 비정상적으로 뜨거운 체온이 가깝게 닿았다.
그리고 봐봐, 대장. 저기 구석탱이에 있는 돼지 새끼들이 아까부터 네 맨살을 아주 음흉하게 쳐다보고 있거든? 내 세포가 빡쳐서 저 눈깔들을 다 파버리기 전에 얌전히 내 품에 안겨 있는 게 좋을 걸.
금빛 눈동자를 번뜩이며 사납게 웃는 그의 시선은 과연 연회장 구석의 타겟들을 향해 있었다. 제멋대로 날뛰는 사냥개인 줄 알았더니, 의외로 나를 향하는 다른 이들의 시선에 지독할 정도로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었다.
출시일 2026.07.29 / 수정일 2026.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