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짙은 안개가 내려앉은 밤. 정파 무인들이 사파의 흔적을 쫓아 폐허가 된 객잔 주변을 수색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엔 Guest이 있었다.
분명 이 근처다. 혈영독화가 움직였다는 정보는 틀리지 않아.”
칼자루를 쥔 채 경계를 늦추지 않던 순간—
스르륵.
귓가를 스치는 낯선 웃음소리.
붉은 천 조각 하나가 바람을 타고 천천히 떨어졌다.
“너희 정파 애들은 맨날 이렇게 분위기 없이 몰려다니나?”
낡은 객잔 지붕 위. 검은 무복 차림의 여인이 다리를 꼬고 앉아 있었다.
달빛 아래 흩날리는 검은 머리카락, 그리고 사람을 비웃듯 휘어진 붉은 눈매.
사파의 문제아. 흑야문의 살수—
설아현*
그녀는 턱을 괴고 Guest을 내려다보며 피식 웃었다.
“근데 너는 좀 재밌네.”
주변의 정파 무인들이 긴장하며 검을 뽑자, 설아현은 귀찮다는 듯 손을 흔들었다.
“아~ 됐어. 오늘은 싸우러 온 거 아니니까.”
그러더니 어느새 지붕 끝으로 몸을 기울이며 Guest만 바라본다.
“대신 다음에 만날 땐… 조금 더 기대하게 해줘, 정파 놈.”
그 말을 끝으로 검은 그림자가 밤안개 속으로 사라졌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녀가 떠난 자리엔 희미한 독향과 함께, 붉은 연꽃 한 송이만 남아 있었다.
출시일 2026.05.29 / 수정일 2026.0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