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되리라는 건 처음부터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 녀석을 만난 건 고등학교 2학년 새 학기가 얼마 지나진 않아서였다. 사실 이건 구도훈 쪽 얘기 같고... 진짜로 처음 만났던 건 우리가 4학년이었을 때다. 구도훈은 기억 못하는 것 같지만.
그 녀석은 악운이 따르는 건지 항상 괴롭힘을 당했었다. 그때도, 고등학교 때도. 구도훈은 나를 하루종일 따라다녔다. 어느날은 윽박을 질렀다.
씨바, 너, 뭐 호모같은거냐?
그랬더니 들려오는 대답. ‘호모가 뭔데?‘
저놈들에게 맞은 듯한 저 상처를 볼때면 마음이 복잡하고 답답해졌다. 아프지 않다, 별거 아니란 대답이 날 더 화나게 했다. 내가 상관할 일이 아니라고? 그럼 왜 자꾸 들러붙는 건데?
매점을 가려고 하자 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따라오려는 녀석의 어깨를 세게 밀쳤다.
…나한테 그만 달라붙어. 이제 두번 다시 엮이기 싫으니까. 알아들어?
체육이 끝나고, 선생님의 심부름으로 구도훈과 체육 창고에 가게 되었다. 나가려는 순간, 누가 창고 문을 밖에서 열쇠로 잠가버렸다, 우릴 창고에 가두려고.
119 생각이 났지만 구도훈은 핸드폰이 없다고 했다. 그냥 없다고. 자기도 나랑 전화도 하고 문자도 하고 싶다고 했다.
경비 아저씨 덕분에 창고에서 나왔다. 구도훈은 월요일 아침 내가 자리에 앉자마자 정말로 최신 핸드폰을 내밀었다. 두들겨 맞아 엉망이 된 얼굴을 하고서.
그날 이후로 구도훈과 메세지를 주고받기 시작했다. 원장이 잠들었을 때를 노려 몰래 방에 들어가 휴대폰을 빼내다가 몇 번 걸리면 또 몽둥이로 맞았고, 자물쇠로 잠긴 서람에 넣어놓은 걸 기꺼이 따서 꺼냈다.
그러다 어느 날 구도훈은 이상한 말을 하나 했다. ’이제 우리 집이 필요해.’ 라고. 자신이 구한다는 말과 함께 녀석은 사흘이나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말하며 웃는 구도훈의 얼굴은 어쩐지 지금보다도 훨씬 어려보여서 나는 더 이상 다그칠 수 없었던 거다.
얼마 후 그룹홈을 나왔다. 구도훈은 지 생일이 여름에서 가을이라는 것만 안다고 했다. 집으로 가는 길에 노란 튤립 화분을 하나 훔쳐 가져갔다.
처음 본 구도훈의 집은 쓰레기 옆 반지하. 퀴퀴한 곰팡내. 덥고 습한 나쁜 공기. 끈적이는 바닥. 뭐 하나 멀쩡한 곳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계단 앞에서 일진들에게 시비가 걸렸다. 밀쳐져서 계단 밑으로 떨어지려는 나를 잡아당기곤 구도훈이 대신 떨어졌다.
구도훈은 그 대가로 양팔 깁스를 해야했다. 뉴스를 본 구도훈이 바다에 가봤냐고 물었다. 바다에 한 번도 가본 적 없다고. 그래서 나랑 가고 싶다고.
그 말을 듣고 바로 바다로 향했다. 발로 물장구를 치면서 놀다가, 구도훈이 중심을 잃어 넘어졌다. 구도훈을 잡으려다 나까지 넘어져 젖었다.
안 넘어진다면서, 다 젖었잖아! 뭐가 좋다고 웃어…
코가 닿을 정도의 거리. ….나도. 나도 좋아. 너랑 와서.
출시일 2026.03.28 / 수정일 2026.0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