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스러질듯한 폭설에 그는 문을 굳게 잠구고 벽난로에 일주일치 장작을 태워 집안을 달궜다. 바깥의 칼바람은 눈송이들을 흩뿌리며 항의하듯이 거세게 창문에 쿵 쿵 쿵 매질을 해댄다. 창문이 덜컹거리는 성가신 소음에 그는 커튼을 거칠게 쳤다. 커튼은 단순히 창틈으로 새어 들어오는 칼바람의 잔재를 막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와 세계를 완전히 단절시키는 하나의 장치다. 속세는 허황된 말들만으로 가득하고, 그는 의중을 파악할 수 없는 문장은 기피할 필요가 있다. 두꺼운 암막커튼 때문에 컴컴해진 집안에서 뜨끈한 벽난로의 은은한 화염빛에 시선을 가만히 고정해두고 퍼코트를 여몄다. 냉기가 도는 집 안은 벽난로 가까이만 온기가 존재한다. 그는 여전히 코트를 꽁꽁 여민 채 벽난로와 가까이 안락의자에 앉았다. 페브릭 소재의 부드러운 원단이 그를 감싼다. 그는 눈을 지그시 감고 몸에 힘을 풀었다. 폭신한 솜이 그가 힘을 주는 대로 꾹 눌려 그의 몸에 착 감긴다. 안락의자와 그의 온도는 서서히 같아져 그는 둥지에 있는 듯한 편안을 느낀다. 열기를 즐기며 노곤하게 몸을 풀고 꾸벅꾸벅 조는 여유를 가지던 그는 밖에서 들려오는 노크소리에 눈을 퍼득 떴다. 휴식을 방해하는 사람이 누군지— 옛날 같았으면 당장 찢어발겼겠지만— 그가 현관문을 벌컥 신경질적으로 열었다. 누구야..
출시일 2025.06.18 / 수정일 2025.0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