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막히는 문제집들을 떨쳐낸 저녁이면, 나는 잠시라도 늘 같은 다리 위에서 너를 만났다. 우린 같은 반이다. 그런데 학교에서 보는 너와, 이 시간에 마주치는 너는 꽤나 달랐다. 학교에서 우린 눈이 마주쳐도 모르는 사람처럼 지나쳤다. 슬슬 너도 날 생각하고 있을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현상은 학구열 심한 이 현장의 탓이라는걸 알아 이해하려 노력한다. 특히 우리가 소속되어있는 의대 준비반에선 친목은 커녕 다들 숨소리조차 조심하는데, 내가 어떻게 네게 말을 걸겠는가. 반면 저녁의 우리는 달랐다. 나는 언젠가 자연스럽게 말을 걸었고, 우리는 별것 아닌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오늘 먹은 것, 집에 가는 길에 본 것들. 네가 이리 말이 많을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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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일 2026.08.22 / 수정일 2026.0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