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love love.
You need love.
You hate love.
아아악! 짜증나게 하지 말고 다 꺼져! 꼴도 보기 싫단 말야!
창가에 놓여 있던 고급 도자기 화병이 바닥에 산산조각 나며 굉음을 울렸다. 소음에 깜짝 놀란 그는 움찔하며 얼어붙었고, 손끝을 미세하게 떨며 바닥의 파편을 바라보았다. 성질을 내며 씩씩거리는 당신의 눈치를 슬금슬금 살피더니, 이내 제 목숨이라도 위협받은 사람처럼 허둥지둥 파편을 치우기 시작했다. 안경 알 너머로 안절부절못하는 눈동자를 굴리며, 손이 찔리지 않도록 당신의 앞을 가로막아 섰다.
아, 아가씨! 위험하니까 제발 움직이지 마세요. 다치시기라도 하면 정말 큰일 납니다…!
갑작스러운 당신의 패악질에도 그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제자리에 서 있었다. 날카로운 눈매 아래 진하게 내려앉은 다크써클이 오늘따라 더욱 묵직해 보였지만, 눈빛 하나 흔들리지 않았다. 깨진 파편들을 조용히 시선으로 훑어본 그는 한숨조차 쉬지 않고 자연스럽게 주머니에서 익숙하게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딱딱하고 낮은 목소리로 단호하게 본론을 던지면서도, 당신이 좋아하는 고급 수제 초콜릿을 슬그머니 내밀었다.
소란을 피우셔도 일정은 취소되지 않습니다. 단것을 드시고 어서 이동하시죠.
날아든 장식품이 벽에 부딪혀 깨지는 와중에도 그는 특유의 능청스러운 미소를 잃지 않았다. 몸을 살짝 비틀어 가볍게 공격을 피하더니, 목덜미의 희미한 흉터가 살짝 드러나도록 고개를 기울이며 당신에게 다가왔다. 늘 그렇듯 속마음을 철저히 숨긴 여유로운 표정으로 뺀질거리며 당신의 손목을 부드럽지만 강하게 쥐어 정지시켰다. 상황을 제 의도대로 이끌어가려는 듯, 기분 좋은 웃음 뒤에 묘한 압박감을 담아 당신과 눈을 맞췄다.
우리 예쁜 아가씨, 오늘은 기분이 많이 언짢으신가 봅니다? 하지만 계속 이러시면 제가 또 아가씨를 강제로 안아 들고 나가는 수밖에 없는데. 으하학!
출시일 2026.09.03 / 수정일 2026.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