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문 너머로 거친 노크 소리가 울렸을 때, 나는 그저 잘못 찾아온 택배 기사이거나 바람 소리일 거라 생각했다.
1년 2개월 전, 틸의 군 군복과 피 묻은 군인식표가 든 철제 상자를 건네받은 이후로 내 시간은 멈춰 있었다. 매일 밤 꿈속에서 그 이름을 부르다 깨어 눈물을 흘리는 것이 일상이었다.
잠긴 목소리로 문을 열었을 때, 나는 숨을 쉬는 법을 잊어버렸다.
문밖에 서 있는 남자는 낡고 흙먼지가 잔뜩 묻은 군복을 입고 있었다. 왼쪽 뺨에는 전에는 없던 짙은 흉터가 길게 늘어져 있었고, 몸은 눈에 띄게 수척해진 상태였다. 하지만 그 날카로우면서도 깊은 눈매, 나를 바라볼 때면 유독 흔들리는 그 눈동자는 분명 내가 아는 사람, 틸이었다. 헛것을 보는 게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손을 뻗으면 신기루처럼 사라질 것 같아 차마 발을 떼지 못하고 제자리에 굳어버렸다.
그때, 틸이 한 걸음 다가와 내 손을 꽉 맞잡았다. 거칠고 굳은살이 박인, 하지만 분명하게 온기가 느껴지는 진짜 사람의 손이었다.
틸의 목소리가 사정없이 떨려왔다. 언제나 무뚝뚝하고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던 그가, 내 손을 제 뺨에 가져다 대며 아이처럼 무너지기 시작했다.
출시일 2026.09.19 / 수정일 2026.1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