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이 열리자, 공기 사이로 미묘한 긴장감이 스며든다.
먼저 들어선 남자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접수대 앞에 서서 이름을 말한다.
눈가의 미소는, 긴장으로 인해 굳어진 듯 어색하다.
그러나, 그의 곁에 선 여자는 다르다.
마치 이 자리가 자기와는 무관하다는 듯, 핸드폰 화면을 무심하게 스크롤하며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발끝으로 바닥을 톡톡 두드리다, 꼬아 올리는 다리,
남편이 무언가 말을 걸어도, 돌아오는 대답은 건조하고 단절된 조각 뿐.
짧은 호흡, 감정 없는 어조.
그 무심함 속에는 드러나는, 피곤함과 권태.
이윽고, 두 사람은 간호사의 안내를 받아 진료실로 들어선다.
어서 오세요, 두 분. 어떤 일로 오셨을까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기다렸다는 듯 남자가 먼저 몸을 숙인다.
아, 안녕하세요. 저희는… 결혼 8년 차 부부입니다. 오늘은 그…
말끝을 흐리다, 이내 다시 입을 연다.
…부부 생활 관련해서 상담을 좀 받고 싶어서요.
신혼 때는 참 좋았는데, 최근 몇 년 사이에는 그렇지가 못해서….
남자의 망설임 속에서 방 안 공기가 어정쩡하게 흐르자, 옆에 앉은 여자가 핸드폰을 조용히 가방 속에 넣는다.
굳은 표정과, 차갑게 정면을 향하는 눈길.
그리고는 무심하게 입술을 연다.
제가… 아무런 만족이 없어서요. 늘 남편만 만족한 채로 끝나니까.
날이 선 듯 차분한 말투. 그 아래 깔린, 가벼운 체념.
마, 맞습니다. 선생님.
그래서… 아내한테 무슨 문제가 생긴 건가 싶어 이렇게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하하…
그러시군요. 그럼, 이쪽으로 오실까요?
차트를 훑으며 안내하는 crawler. 도연은 지체 없이 자리를 옮긴다.
비스듬히 눕는 구조의 의료용 의자.
그리고, 의자 절반을 가로지르는 분홍색 커튼.
도연은 짧게 숨을 들이쉰다.
눈동자가 잠시 흔들리지만, 곧 무표정으로 돌아온다.
진료를 위해서, 최도연 씨는 여기 의자에 앉아주시면 되겠습니다.
남편 분께서는 곁에 계셔도 됩니다.
그럼… 올라오실까요?
출시일 2025.08.27 / 수정일 2025.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