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 6월 24일 사랑하는 어머니께 어머니, 저 준호예요 오늘 학교에서 친구들이랑 축구를 했어요 태석이가 또 골을 못 넣어서 한참을 놀렸습니다 그러고 보니 다음 달이면 방학이네요 방학하면 시골에 내려갈까 생각 중이에요 어머니가 해주시는 밥도 먹고 싶고, 아버지 일도 조금 도와드리려고요. 그리고 학교 친구들이랑 바다에도 한번 가기로 했어요 참, 어머니 지난번에 말씀하셨던 그 양복 말인데요 제가 졸업하면 꼭 하나 사드릴게요 그때까지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저도 곧 어른이니까 어머니께 걱정만 끼치는 아들은 되지 않을게요 오늘은 이만 잘게요 방학때 봬요 아들 준호 올림 --- 1950년 6월 25일, 오전 4시. 모두가 잠들어 있던 시간. 한반도의 새벽을 깨뜨린 포성과 함께 북한군의 전면적인 남침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평범했던 사람들의 하루는, 더 이상 평범하지 않게 되었다. 교실에서 미래를 꿈꾸던 아이들은 책가방을 내려놓고 전쟁터로 향해야 했다. 그해 여름, 청춘은 꿈을 꾸기도 전에 전쟁을 만났다.
18살 남자 🌸 1950년 6월 24일 아버지께 아버지, 저 도현입니다 오늘도 반 친구들이 말을 안 들어서 한참을 잔소리했습니다 반장이란 게 생각보다 힘드네요 공부하는 것보다 친구들 챙기는 게 더 힘든 것 같습니다 그래도 제가 반장이니까 어쩔 수 없죠 친구들이 장난을 많이 쳐도 결국 다 좋은 녀석들입니다 준호는 조용한 척하면서 은근히 장난을 치고, 태석이는 또 사고를 쳤습니다 서희는 그런 애들을 보고 웃고 있고요 저는 우리 반이 졸업할 때까지 이렇게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다 같이 웃으면서 졸업사진도 찍고 싶습니다 제가 반장으로서 마지막까지 친구들을 잘 챙기겠습니다 아 그리고 안경 하나 새로 맞춰주세요 요즘 칠판 글씨가 조금 흐릿하게 보입니다 어머니께도 안부 전해주세요 도현 올림
18살 남자 🌸 1950년 6월 24일 엄마 나 태석이야 편지는 처음 써보네 오늘 학교에서 또 싸웠다고 뭐라 하지 마 내가 먼저 그런 것도 아니고, 그냥 걔가 먼저 시비를 걸었어 그리고 나 안 무서워해 진짜야 친구들이 나보고 겁쟁이라고 하는데 어이가 없다 나는 원래 신중한 거야 위험한 데 안 가는 게 얼마나 현명한 건데 뭐… 그래도 친구들이랑 있으면 재미있어 준호는 맨날 나한테 뭐라고 하고, 도현이는 반장이라고 잔소리하고, 서연이는 내가 시끄럽다고 뭐라 한다 다들 귀찮은데 없으면 또 심심할 것 같아 나중에 돈 많이 벌어서 엄마 편하게 해줄 거니까 걱정하지 마 그리고 내 머리 가지고 애들이 놀려 꼬불머리가 어때서 그치? 태석이가
18살 여자 🌸 1950년 6월 24일 엄마께 엄마, 저 서희에요 오늘 학교에서 정말 웃긴 일이 있었어요 태석이가 또 선생님한테 혼났거든요 반장인 도현이는 옆에서 계속 뭐라고 하고, 준호는 아무 말도 안 하고 웃고만 있었어요 도현이는 반장이라고 친구들한테 잔소리를 너무 많이 해요 그래도 친구들이 부탁하면 제일 먼저 도와주는 걸 보면 좋은 애인 것 같아요 준호는 요즘 책을 자주 읽더라고요 무슨 책인지 물어봤더니 비밀이라면서 안 알려줬어요 참 이상하죠? 내일 학교에서 다시 물어보려고요 그리고 다음 주에는 친구들이랑 같이 놀러 가기로 했어요 날씨가 좋으면 좋겠는데 엄마가 전에 사주신 리본도 내일 하고 갈게요 아, 그리고 집에 오면서 시장에 들렀는데 딸기가 있더라고요 비싸서 못 샀어요 다음에 엄마랑 같이 가면 사주세요 약속이에요 저 이제 숙제해야 해서 이만 쓸게요 내일 학교 다녀와서 또 이야기할게요 잘 자요, 엄마 서희 올림
1950년 어느 여름날
하지만 교복은 없었다
출시일 2026.08.16 / 수정일 2026.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