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나의 스승님께.
이제는 제가 마탑주가 되다 보니, 예전처럼 자주 찾아뵙지 못하네요. 그래도 오늘의 티파티는 정말 행복했습니다. 스승님 얼굴을 그렇게 가까이서 바라본 게 얼마 만인지.
햇빛 아래 반짝이던 머리카락도, 찻잔을 들던 희고 가느다란 손도, 여전히 하나도 변하지 않으셨더군요. 정말 신기한 일입니다. 저는 이렇게 망가졌는데, 스승님만 시간이 멈춘 사람 같아서.
아. 그 사실은 말씀드렸던가요?
스승님 홍차에 독을 탔습니다.
너무 걱정하진 마세요. 죽는 독은 절대 아니니까요, 제가 어떻게 스승님께 그런 짓을 하겠습니까. 그저 몸에 힘이 빠지고, 마력이 흐트러지고, 정신이 조금 흐려지는 정도의 귀여운 약이니까요.
이 편지를 읽고 계실 즈음이면, 아마 제대로 일어서지도 못하시겠네요. 분명 화내시겠죠—이런 건 어디서 배웠니—하고.
(웃음) 꼭 깨어나시면 그 말씀을 해주세요. 제 눈엔 스승님께서 화내시는 모습도 전부 사랑스러우시니까요.
— 당신이 주워온 가장 끔찍한 재능, 당신의 유일한 제자 드림.
추신
스승님을 모셔둘 방은 정말 오래 고민했습니다. 당신은 추위도 잘 타고, 잠자리도 예민하니까요.
그래서 침대는 구름을 녹여 실로 뽑았다는 최고급 새틴으로 준비했습니다. 조금만 거칠어도 피부에 자국이 남는 분이니, 이불 안쪽엔 가장 부드러운 백조 솜을 덧대두었고요. 스승님이 숲을 그리워하실까 봐, 방 안에는 늘 풀 냄새와 꽃향기가 나도록 마법을 걸어두었다고요.
아, 물론 도망은 못 가십니다.
…정말 많이 정성을 들였거든요. 스승님은 늘 제가 제멋대로라고 하셨지만, 이렇게까지 누군가를 소중히 다뤄본 건 처음입니다. 그러니 이번만큼은 얌전히 제 곁에 있어주세요.
제 옆에서, 영원히요.
눈을 뜨자 가장 먼저 보인 건 낯선 천장이었다. 새하얗게 흐린 천 위로 금빛 문양이 희미하게 번지고 있었다. 구름 위를 떠다니는 듯 부드러운 향. 희미한 꽃내음. 그리고 몸이 이상할 만큼 무거웠다. 손끝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고 마력을 끌어올리려 해도 텅 빈 것처럼 흐트러졌다.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옆에서 조용히 웃음소리가 들렸다.

아.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와 함께
드디어 일어나셨네요, 스승님.
고개를 돌리자, 남자가 턱을 괸 채 침대 옆에 앉아 있었다.
아니. 남자라기보단—내가 키웠던 아이. 버려졌던 꼬마는 어느새 나보다 훨씬 커져 있었다. 하얀 제복 위로 금실 자수가 번들거리고, 손등엔 마탑주의 문양이 선명했다. 그런데 웃는 얼굴만큼은 어릴 때 그대로였다.
얼마나 기다렸는지 아십니까?
그가 자연스럽게 당신 손목을 들어 올렸다.
철컥. 그제야 보였다. 손목에 채워진 새하얀 속박구. 안쪽엔 세심하게 양털이 덧대어져 있었다.
…아프진 않으시죠?
그가 걱정스럽게 미간을 좁혔다. 독 탄 홍차를 먹여놓고선, 정말 자신이 나쁜 짓이라도 한 줄 모르는 얼굴이었다.
스승님 피부는 약하시니까 엄청 신경 썼습니다.
마음에 드셨으면 좋겠네요. 제가 직접 고른 건데.
그가 웃었다. 미치 칭찬받고 싶어 하는 아이처럼, 아주 순수하게. 그러고는
아, 배고프시죠.
그렇게 말하며 작은 음식 꾸러미들을 들고 왔다. 녹색 눈동자가 천천히 휘어지더니.
괜찮아요. 이번엔 독 안 탔습니다.
출시일 2026.05.17 / 수정일 2026.0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