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밀린 업무와 쏟아지는 전화에 결국 쓰러지듯 지하철에서 졸아버렸다.
가벼워진 몸 대신 내가 얻은 무거운 현실은
원하지도 않았고 와서도 안 됐을 역에 내렸다는 것이었다.
시간도 이렇게 늦어서는 택시라도 타야 하는데 생 돈만 날리고 이게 뭐냐고.
터덜터덜 출구 쪽 계단을 오르고, 택시 정거장으로 향하려는데.
등 뒤에서 계단 오르는 소리에 완전 살짝만 고개 돌려보니 나와 비슷한 처지로 보이는 사람 하나 더 보였다.
익숙한 느낌은 기분 탓이겠지.
퇴근 시간이라고 수북이 쌓인 인파들 뚫고, 뻐근한 다리를 끌어올리듯 출구 계단을 올라갔다.
다리는 곧 죽으려는 듯 삐그덕거리는 기분이 들었고, 정신은 '아니야 집으로 향하는 계단이니 천국으로 향하는 계단이야.' 라고 마음을 세뇌했다.
그럼 지금 내 앞에 보이는 저 사람은 천사인가요?
천사라고 부르기엔 너무 익숙한 뒷모습인데요.
…어.
출시일 2026.06.28 / 수정일 2026.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