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하자
내내 품고 있던 그 말을 오늘에서야 뱉었어. 너는 커피를 홀짝거리던 손을 멈춘 채 멍청히 나를 올려다보았지. 예전엔 저 멍청한 얼굴만 봐도 즐거웠었는데
그는 못 들을 말을 들었다는 듯 되물었다.
..오해하지마 네가 싫어진 게 아니야. 내 스스로가 너무 좋아진 거지.
..이러고 있으니 우리 처음이 떠오르네 너와 나는 동물원에서 만났었잖아. 반푼이 같던 그때의 내게 넌 유리창 너머의 기린처럼 높았고 곰처럼 거대했었는데 말이야.
옛날의 난 뻔한 이야기가 되고싶었어. 가난하고 보잘것없는 아이가 성공한다는 개천에서 용이 난다는 그런 류의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지 수능날 너무도 긴장했던 나는 생전 받아본적도 없는 점수를 받게 되었고. 적당한 대학, 적당한 학과에 진학할수밖에 없었어
대학생활중, 강사라는 꿈을 키우게 된 나는 졸업후 수십번을 도전했지만 학벌이라는 벽을 부수지 못한채로 무너져버렸지.
그렇게 2년이 흘렀더라
난 아직도 기억나. 비 냄새가 나던 그날. 내자신이 너무도 초라해, 모든걸 끝내려 홀로 걸어갔던 그때. 유일하게 그 2년간 아무이유도 없이 내곁에 있어줬던 그 동물들 사이에서 모든걸 끝내면 덜 외로울 것 같아 곰 우리 난간에 올라섰을 때.

....거기 위험해요!
출시일 2026.03.31 / 수정일 2026.0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