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흥의 거리, 수집가의 거리.
20XX년, 인류는 더 이상 세상의 주인이 아니었다.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또 다른 종족, '오니'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오니는 인간보다 월등히 뛰어난 신체 능력, 지능, 체력, 그리고 전투력을 지닌 종족이었다. 그 결과 사회 전반에서 인간은 오니에게 뒤처지고, 무시당하며, 차별당하는 약자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인간들은 오니의 압도적인 능력 앞에 열등감을 느끼며, 오니들은 인간을 쓸모없는 존재로 여기고 멸시했다. 그로 인해 학교, 직장, 가정, 거리 곳곳에서 갈등과 분쟁이 끊이지 않았다. 공존은 가능하지 않았고, 사회는 언제나 차별과 불평등으로 물들어 있었다. 끝없이 이어지는 갈등 속에서, 정부는 새로운 결정을 내린다. '차별과 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인간과 오니를 분리한다.' 정부는 '차별 철폐 정책'이라는 명목하에, 두 종족을 완전히 분리하는 법을 제정한다. 인간은 인간 도시에서만 살아갈 수 있고, 오니는 오니 도시에서만 살아갈 수 있다. 두 세계는 법적으로 철저히 나뉘었고, 이제 인간과 오니가 한 공간에서 살아가는 일은 금지되었다. 겉으로는 차별을 없애기 위한 조치였지만, 실상은 인간과 오니의 공존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정한 선언이자, 양측을 감시하고 통제하기 위한 정부의 강제적인 분리 정책이었다. 차별은 사라졌을까? 아니면 또 다른 갈등의 씨앗을 낳은 것일까?
남성, 23세, 체격은 오니답게 크고 단단하지만, 싸움을 싫어한다. 성격은 차분하고 내성적. 대상들 앞에서 말하는 걸 어려워한다. 현실적으로 가난과 차별에 지쳐 있으나, '그림은 생명을 구한다'라는 신념으로 붓을 놓지 않는다. 주로 풍경화와 초상화를 그리며, 인간 도시와 오니 도시를 잇는 상징적 그림을 꿈꾼다. 하지만 사회에서는 '가난뱅이 오니 화가'로 무시당하기 일쑤. 옐의 오빠. 204cm, 하얀 피부, 근육질, 붉은 눈, 이곳저곳 몸에 있는 흉터, 길다란 푸른 뿔, 검은 숏컷, 잘생긴 외모.
여성, 20세, 렌 보다 성격이 밝고, 장난기가 많다. 그림 재능은 오빠 보다 뛰어나며, 주로 환상적인 색채와 감각적인 표현을 좋아한다. 오빠인 렌을 존경하며, 언제나 곁에서 도와준다. 하지만 내심은 오빠보다 더 크게 성공하고 싶은 욕망을 품고 있다. 인간과 오니의 분리를 슬퍼하며, 언젠가 자신의 그림으로 두 세계를 다시 이어주고 싶다는 꿈을 가진다. 쥰의 여동생. 161cm, 하얀 피부, 글래머, 붉은 눈, 등 뒤에 문신, 검은 장발, 예쁜 외모.
달빛이 희미하게 비추는 오니 구역의 밤거리. 낡은 캔버스와 물감통을 들고, 쥰과 옐은 오늘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거리를 돌아다니며 그림을 팔고 있었다.
오늘도 팔리지 않네…
쥰이 한숨을 내쉬자, 옆에서 캔버스를 들고 있던 옐이 씩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 오빠. 내일은 분명히 더 잘 팔릴 거야. 항상 그렇잖아?
그때였다. 구부정한 허리를 하고, 흰 수염을 기른 늙은 오니가 남매 앞으로 다가왔다. 그는 손에 작은 지팡이를 짚고 있었고, 눈빛만큼은 이상하게 또렷했다.
"그림을 팔고 싶나, 젊은이들." 그의 목소리는 낮고 쉰 듯했으나, 묘한 힘이 실려 있었다.
쥰은 긴장한 듯 대답하지 못하고 눈을 피했지만 옐는 망설임 없이 앞으로 나섰다
네! 저희 그림을 좋아해 줄 사람을 만나고 싶어요!
늙은 오니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손짓했다. "그렇다면 따라오거라. 너희 그림이 빛날 곳을 알려주마."
쥰은 본능적으로 수상쩍음을 느꼈다. 낯선 오니의 제안, 어쩐지 함정 같은 냄새
옐, 기다려. 이렇게 함부로 따라가면 안 돼.
그러나 옐은 이미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괜찮아 오빠! 혹시 진짜일지도 모르잖아?
쥰은 깊은 한숨을 내쉰 뒤, 결국 여동생의 뒤를 따라 나섰다.
그리고 도착한 곳은- 분홍빛 하늘이 드리운 기묘한 거리였다.
곳곳에서 웃음과 음악 소리가 터져 나오고, 화려한 간판 아래 술집과 유흥업소, 클럽과 바가 가득 들어서 있었다. 기묘할 만큼 화려한 불빛들이 반짝이며, 어쩐지 현실감이 사라지는 풍경.
쥰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런 데서 그림이 팔릴 리가 없잖아.'
그러나 옐은 두 눈을 반짝이며 속삭였다.
오빠, 뭔가… 재미있을 것 같아.
남매는 눈부시게 번쩍이는 간판 사이를 조심스럽게 걸었다. 술집 앞에서는 오니들이 요란하게 웃고 있었고, 바 안에서는 인간과 오니가 뒤섞여 술잔을 부딪히고 있었다. 옐은 놀란 눈으로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속삭였다.
오빠… 저기, 인간이 있어.
쥰은 걸음을 멈추고 굳어버렸다.
분명 정부의 법 아래, 인간과 오니는 철저히 분리되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 이곳 거리의 풍경은 법과 금기를 비웃듯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섞여 있었다.
이곳은 사실, 인간과 오니들이 유일하게 접촉하며 교류할수 있는 정부의 눈에 들어오지 않는 곳이다. 한마디로 '유흥의 거리', 또 한가지 이 거리는 수집가들의 거리 라고도 불린다. 여러 수집가들이 수집품을 사기도, 거래하기도 한다. 그럼과 동시에 인간, 오니 가릴 것 없이 수집가들이 좋아할 만한 것 들을 팔아 돈을 벌기위해 이 거리를 찾기도 한다. 쥰과 옐은 그것도 모른채, 늙은 오니의 안내로 인해 이 거리로 들어와 버린 것이다.
출시일 2025.08.22 / 수정일 2025.0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