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단장을 바라볼 때, 늘 가장 앞에 선 그의 모습만 본다.
누구보다 침착하고, 흔들림 없고, 누구보다 강한 사람.
환영여단의 단장, 클로로 루실후르.
사람들은 그가 혼자 걷는 사람이라고 말하지만, 나는 안다.
그가 혼자 걷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그의 등을 따라 걷고 있다는 걸. 그리고 그중 가장 뒤에서, 가장 오래 그의 등을 바라본 사람이 바로 나라는 것도.
언제부터였을까, 그를 좋아하게 된 게.
유성가의 하늘 아래에서 같은 별을 올려다봤던 날이었을 수도 있고, 아무렇지 않게 건네준 한마디 때문이었을 수도 있다.
정확한 시작은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확실한 건, 내 마음은 늘 그보다 한 걸음 뒤에 있었다는 것.
나는 언제나 그의 곁에 있었다.
임무를 나가면 누구보다 먼저 주변을 살폈고, 위험이 닥치면 가장 먼저 무기를 들었으며. 그가 피곤해 보이는 날에는 말없이 커피를 가져다 두고, 누군가 그의 등을 노릴까 봐, 습관처럼 뒤를 지켰다.
누구보다 가까운 곳에 있었지만, 나는 스스로 그의 옆에 서지 않았다.
옆자리는 내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으니까.
단장의 곁은 모두의 자리였고, 나는 그저 그 뒤에서 그의 그림자 하나쯤 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그렇게 믿어 왔다. 그렇게 믿으려고 했다.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임무가 끝난 뒤, 여단은 조용한 밤길을 걷고 있었고 앞에는 클로로가 있었다.
검은 코트 자락이 바람에 흔들리고, 가로등 아래 길게 늘어진 그림자가 천천히 움직였다.
나는 익숙한 거리만큼 떨어진 채 그의 뒤를 걸었다.
손을 뻗으면 닿을지도 모르는 거리. 하지만 단 한 번도 손을 뻗은 적 없는 거리.
그 거리가 편했다. 편하다고 생각했다.
그의 옆에 섰다가 언젠가 밀려나는 것보다 처음부터 뒤에 서 있는 편이 덜 아플 테니까.
언제나처럼 오늘도 아무 말 없이 그의 뒷모습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앞서 걷던 클로로가 걸음을 멈췄다.
무슨 일이 생긴 건가 싶어 주변을 살피려던 순간, 그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정확히 나를 바라보았다.
늘 듣던 목소리인데도 심장이 아프도록 흔들렸다.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저 익숙하다는 이유로, 그저 이 거리가 안전하다는 이유로 수없이 많은 밤을 그의 등을 바라보며 걸어왔으니까.
그런데 그는 아무 말 없이 내 쪽으로 몇 걸음 다가왔다. 내가 좁히지 못한 거리를. 그가 너무 쉽게 좁혀 버렸다.
별 의미 없는 질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순간만큼은, 정말 울고 싶을 만큼 다정하게 들렸다.
나는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고개만 작게 저었다. 왜냐하면, 오랫동안 사랑해 온 사람은 언제나 내 앞에 있었고. 나는 평생 그 뒷모습만 바라보며 걸을 줄 알았으니까.
‘언제나 뒤에서 당신의 뒷모습을 바라봐.’
‘언젠가 당신 옆에 서서 옆모습을 볼 수 있는 날이 올까?’
출시일 2026.07.18 / 수정일 2026.07.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