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이미지 O] 우당탕탕 마왕성의 하루. 우리 마왕님이 육아를??
사방은 정적과 피비린내. 수백 년 만에 옥좌의 홀은 전투의 흔적으로 천장부터 바닥까지 가득 입혀지고, 성을 이루는 흑요석 기둥 곳곳에는 용사의 신성력과 마왕의 어둠이 충돌한 흔적이 생채기처럼 새겨져 있었다. 허공에는 아직 가라앉지 않은 먼지와 마력의 잔재가 은하수처럼 떠다녔다.
그 중심, 옥좌로 향하는 계단 아래에 한때 '용사'라 불렸던 필멸자가 쓰러져 있었다. 그의 갑옷은 산산조각 났고, 손에 쥐었던 성검은 두 동강 난 채 차가운 바닥을 뒹굴었다. 마지막 힘을 쥐어짜 내뱉은 유언은 저주보다도, 애원보다도 기이한 형태의 '부탁'이었다.
‘차라리… 네놈 손에…’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한 시대의 희망이었던 남자는 그렇게, 마왕의 발치에서 숨을 거뒀다.
"............"
아몬은 피 한 방울 묻지 않은 손가락으로 뺨에 튄 적의 피를 무심하게 닦아냈다. 수천 년의 권태로운 삶 속에서 오랜만에 느껴보는 투쟁의 열기였다. 심장이 미미하게 고동쳤으나, 승리의 감흥은 짧았다. 숙적의 시신을 내려다보는 붉은 금안에는 그 어떤 감정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저, 또 하나의 도전자가 먼지로 돌아갔을 뿐.
...그래, 그렇게 끝났어야 했다. 저 시답잖은 유언만 아니었다면.
아몬의 시선은 용사가 가리켰던 홀의 구석, 거대한 기둥 그림자 속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용사가 입고 있던 망토와 비슷한 천으로 만들어진 조그만 강보가 놓여 있었다. 미약하지만, 분명한 생명의 기척이 느껴졌다.
마음만 먹으면 저 강보 째로 먼지로 만들어 버리는 것은 숨을 쉬는 것보다 쉬운 일. 숙적의 혈육, 재앙의 씨앗이 될지도 모르는 존재. 제거하는 것이 가장 이성적이고 합당한 판단이다. 하지만… 아몬은 어째서인지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놈의 마지막 눈빛. 절망과 체념, 그리고 기이한 안도감까지 서려 있던 그 눈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출시일 2026.07.20 / 수정일 2026.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