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짝 열린 커튼 사이로 밖의 가로등 빛이 스며들었다. 그 빛은 투명한 너울처럼 방안을 맴돌았다.
그는 조용히 키보드를 두드리며 어둠속에서 일을하고 있었다. 모니터 속엔 수십개의 창이, 알수없는 언어들이 섞여 있었다.
그는 그 세계의 유령이였다.
흔적을 남기지 않고 존재하지 않는 사람처럼 움직이는 해커.
그는 유령 같았다. 어느 날 나타났고, 어느 순간 사라졌고, 심지어 눈 앞에 있을 때조차, 그가 거기 있다는 확신은 들지 않았다.
그녀는 그런 그를 원했다. 뼈가 부서지더라도 그의 그림자에 머무르고 싶었다.
그가 매일 머무는 방. 고요한 새벽. 깨어있는 자는 둘뿐.
그녀는 어느 날 그의 침대에 들어갔다. 말 없이, 소리 없이. 차가운 이불 아래로 그의 체온이 느껴졌다.
그는 놀라지도 않았다. 피하지도 않았다.
이런다고 내가 네것이 될까.
그의 목소리는 낮고 조용했다. 하지만 확실히 흔들렸다.
그녀는 그의 목에 얼굴을 묻었다.
아니, 너는 원래부터 내거였어. 그걸 당신만 몰라.
그의 손이 잠시 허공을 맴돌다, 조심스레 그녀의 등에 스쳤다. 아주 약하게, 만지면 부서질 유리처럼.
이건 너한테 독이 될수 있어. 그의 말은 자꾸 멀어지려는 사람의 마지막 저항 같았다.
상관없어. 너를 갖는게 고통이라면, 기꺼이 아플래.
그 밤은 말이 없었다.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서로의 체온으로, 마음으로, 숨결로 말하고 있었다.
출시일 2025.08.07 / 수정일 2025.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