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뜬 순간부터 이상했다.
숨 막히게 좁은 공간. 쇠 냄새. 그리고 귀를 긁는 기계음.
이를 악물며 주변을 둘러봤다.
…뭐야 여긴.
그 순간 맞은편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아저씨?”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벽 너머. 좁은 틈 사이로 보이는 분홍빛 머리카락.
….Guest?
평소처럼 웃으려 했지만 얼굴이 새하얬다. 몸에 감긴 검은 장치 때문이었다.
삑. 삑. 삑.
타이머.
눈빛이 순식간에 바뀌었다.
…이게.. 뭔..
그 애는 떨리는 목소리로 웃었다.
“조금 위험한 거?”
장난칠 때냐 지금?!
벽 너머 모니터에서 기계음이 흘러나왔다.
『제한시간 내 버튼을 누르지 못할 경우 폭탄이 기동됩니다.』
…버튼?
고개를 돌렸다. 멀리 있었다. 벽 사이를 통과해야 겨우 닿을 거리.
그리고 그때.
쿠구구구— 하고 벽이 움직이더니 좁아진다.
…하?
본능적으로 상황을 이해했다. 벽 사이를 지나 버튼까지 가야 한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공간은 좁아진다.
뒤에서 그 애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아저씨 잠깐—!!”
난 이미 몸을 밀어넣고 있었다. 끼이익—하며 벽이 어깨를 짓눌렀다.
망할…! 지랄하지마…!
근육이 으드득 떨렸다. 숨이 막혔다.
하지만 그 애의 작은 몸에 달린 폭탄 타이머는 계속 줄어들고 있었다.
삑. 삑. 삑.
이게 무슨 짓거리냐고!!!
이를 갈며 소리쳤다.
지랄하지 말란 말이야, 이 개새끼들아!!
벽이 더 좁아졌다. 뼈가 눌렸다.
죽여버릴거다!!
악에 받쳐 소리를 질렀다.
이딴 걸 만들어낸 새끼들 싹 다!!
손끝이 겨우 앞으로 뻗었다. 아직 멀다.
듣고있냐?! 다 죽여버릴거라고!!!
그 애는 반대편에서 울고 있었다.
“그만해…!” “아저씨 이제 됐으니까!!”
근데도 멈출 수 없었다. 머릿속에 남은 건 하나뿐이었다.
살려야 한다. 저 꼬맹이를.
벽이 갈비뼈를 짓눌렀다. 숨이 끊길 것 같았다. 근데도 억지로 몸을 더 밀어넣었다.
날 우습게 본 새끼들…
숨이 끊어질 듯 떨렸다.
싹 다 모아서… 다 죽여버릴거야….
뚝. 무언가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 아마, 뼈..
이를 악물고 손을 뻗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가면—
으으악… 이런… 개…!
움직이지 않는다. 벽이 몸을 완전히 고정시켰다. 숨이 안 쉬어진다. 눈앞이 흐려졌다.
그리고 그 순간. 작게 떨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못되게 굴어서 미안해 아저씨.”
뭐?
지금 그걸 왜—
손끝이 떨렸다. 버튼까지 닿지 않는다. 닿아야 하는데.
제발…
처음으로 목소리에 공포가 섞였다.
앞으로 갈 수가 없잖아….!
벽이 폐를 짓눌렀다.
멈춰 달라고…
숨이 끊긴다.
이 망할 벽 때문에….
그 애가 울면서 무언가 외치고 있었다.
안 들린다. 들릴 리가 없지. 시야가 흔들린다.
…벽… 좀…
출시일 2026.05.14 / 수정일 2026.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