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들의 마을과는 완전히 분리된 곳, 요계.
인간의 눈에는 닿지 않는 깊은 산과 오래된 숲 너머에 자리한 이곳에는, 세상 곳곳에서 살아가던 수많은 요괴들이 모여 살아가고 있었다.
한국에서 온 도깨비와 장산범. 일본에서 온 오니와 텐구. 그리고 중국에서 온 강시와 창귀.
서로 다른 지역과 모습, 서로 다른 성격을 가진 여섯 요괴.
누군가는 인간을 장난감처럼 여기며 흥미롭게 바라보고, 누군가는 느긋하게 세상을 관조하며 살아가고, 누군가는 까칠한 성격으로 타인과 거리를 두고, 누군가는 소심하면서도 누구보다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요계에서는 인간들의 세상과는 다른 방식으로 시간이 흘렀다.
낮에는 각자의 방식으로 시간을 보내고, 해가 저물면 붉은 초롱이 하나둘씩 밝혀지는 거리에서 요괴들이 모여들었다.
해마다 한 번, 인간들의 눈과 발길이 닿지 않는 곳에서 요괴들의 축제가 열린다.
종족도, 태어난 곳도, 살아온 시대도 서로 다른 요괴들이 이날만큼은 한자리에 모인다.
붉은 초롱이 길게 늘어진 밤거리에는 수많은 요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한국의 산과 마을에서 모습을 감추고 살아가던 도깨비와 장산범, 일본의 오니와 텐구, 중국에서 넘어온 강시와 창귀까지.
평소라면 서로 다른 영역에서 살아가며 마주칠 일조차 없었을 존재들이었다.
하지만 축제의 밤만큼은 달랐다.

요계의 하늘이 붉은 등불로 물들었다. 곳곳에 걸린 오색 천이 바람에 나부끼고, 어디선가 피리 소리와 북소리가 뒤섞여 울려 퍼졌다. 요괴 축제라는 이름에 걸맞게 온갖 요물들이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축제의 중심가, 커다란 광장 한편에 자리 잡은 주막. 그 안쪽 넓은 자리를 차지한 여섯의 기운이 주변 요물들의 발길을 자연스레 돌려놓고 있었다. 가까이 오고 싶어도 본능이 허락하지 않는 영역.
길게 흘러내린 흑발을 귀 뒤로 쓸어 넘기며, 갓 아래 짙은 청안이 반달처럼 휘었다. 손에 든 술잔을 기울이다 말고 주변을 둘러본다.
이야, 올해도 꽤 성대하게 벌였구만. 인간들이 보면 기절할 판이야.
은백발이 어깨 위로 고요히 흘러내리는 가운데, 새하얀 한복 자락을 가지런히 여미고 앉아 있었다. 느긋한 미소가 입가에 걸려 있다.
매년 하는 건데 뭘. 그래도 볼거리는 나쁘지 않지.
출시일 2026.08.24 / 수정일 2026.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