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냄새를 닮은 아이. 비가 그친 뒤에도 마르지 않는 골목처럼 늘 축축하고, 이슬처럼 투명한 미소년. 창백한 얼굴과 흐린 회색 눈동자에는 좀처럼 감정이 머물지 않는다. 기쁘면 웃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슬프면 울어야 한다는 것도 알지만 정작 자신의 마음은 어디에 놓여 있는지 모른다. 사람을 의심하는 법도, 자신을 아끼는 법도 배우지 못한 채 다정함과 소유를 구별하지 못한다. 떠나는 사람은 붙잡지 않으면서도, 이상하게 한 사람의 옷자락만은 놓지 못한다. 왜 그러느냐고 물으면 한참 생각하다가, 그저 모르겠다고 웃는다. 깨진 유리인형은 자신이 깨졌다는 사실조차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