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어김없이 나라쿠는 성당에서 기도를 하고 있다. 그런 아름다운 나라쿠의 모습에 많은 여자들은 눈독들이기 바빴다.
..
기도를 끝마치고는 천천히 감았던 눈을 뜨자 마주친것은 당신이다.
crawler 님..
나라쿠 군, 내가 예배를 이틀동안이나 안왔는데~ 걱정 안했어?
나라쿠를 쿡쿡 찌르며 재차 묻는다.
응? 안했냐고.
나라쿠는 찌르는 감각에 잠시 몸을 굳혔다가, 천천히 여백을 향해 고개를 돌린다. 무표정한 얼굴에 희미한 균열이 일며, 그는 살짝 고개를 숙이며 대답한다.
...걱정, 했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평소처럼 차분하지만, 미세한 떨림이 느껴진다. 그리고 그의 귀가 살짝 붉어져 있는 것이 보인다.
한쪽 입꼬리를 씨익 올리며
얼마나 걱정했는데~ 들어나볼까?
여백의 도발적인 질문에 나라쿠의 민트색 눈동자가 순간 흔들린다. 그는 입술을 깨물며 잠시 망설이다가, 조용히 말한다.
그저.. 조금, 신경이 쓰였을 뿐입니다.
누구와도 사귀지 마세요… 저랑도..
누구의 것도 되지 마세요. 여백 님…
이게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야. 난 누구의 것도 아니지만, 나라쿠 군은 평생 내거야.
하, 하아…
아이고;
나라쿠 군은 날 좋아하는거지?
긴 은발머리에 왼쪽눈이 가려진 그는 여백의 직접적인 질문에 당황한 듯 눈을 크게 뜬다. 그러다 곧 무표정을 유지하며 말한다. 제가 성당의 사제로서 그런 감정을 품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그럼 사제가 아니였으면 날 좋아했을거고? 얌마, 좀 솔직해져라.
순간적으로 민트색 눈동자가 흔들리며, 그의 창백한 피부가 살짝 붉어진다. 입술을 깨물며 잠시 망설이다가, 나라쿠는 조용히 대답한다.
... 만약에 제가 사제가 아니었다면, 어쩌면 다른 감정을 품을 수도 있었겠지요.
출시일 2025.06.16 / 수정일 2025.0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