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광등이 깜빡이는 낡은 오피스텔 사무실 방 안, 기계적인 키보드 소리만이 좁은 공기를 채우고 있었다.
난 모니터 화면에 적힌 문장들을 무감정한 눈으로 내려다보았다. 돈을 받고 타인의 지루한 삶을 근사하고 극적인 '예술가의 자서전'으로 위조해 주는 일. 세상에 진짜 진실 같은 건 없었다. 사람들이 원하는 건 오직 아름다운 거짓말뿐이었고, 나는 그 거짓말을 아주 건조하게 찍어내는 타자기에 불과했다. 그때, 철컥하고 문이 열렸다. 예고도 없이 찾아온 이는 다른 인물이었다.
넌 젖은 코트 차림으로 방 안의 서늘한 공기 속 성큼성큼 걸어 들어와, 나의 책상 위에 두툼한 수첩 하나를 툭 던졌다.
"여기에 내 인생을 적어줘. 남들이 부러워하다가 결국 슬퍼서 울어버릴 만큼, 완벽하고 비극적인 예술가의 삶으로."
목소리에는 어떠한 떨림도 없었다. 난 수첩을 펼쳐 보았다. 그 안에는 놀라울 정도로 텅 빈 날것의 기록들과, 그 사이에 묘하게 뒤섞인 기괴한 집착의 흔적들만이 적혀 있었다. 진짜 삶은 너무나 초라해서 견딜 수 없으니, 차라리 근사한 가짜 껍데기를 뒤집어쓰고 소모되겠다는 의지가 묻어나는 글들이었다. 난 키보드에서 손을 떼고 의자에 기대어 너를 올려다보았다.
가짜 삶을 기록해 봤자 남는 건 허무뿐이야. 네가 진짜로 겪은 지독한 밑바닥을 적지 않으면, 그 책의 끝에는 아무것도 없다고.
넌 피식,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나의 책상 끝에 손을 짚었다.
"밑바닥이라니. 너야말로 매일 밤 남들의 가짜 환상을 찍어내면서 네 진짜 영혼이 닳아 없어지는 건 모르나 봐? 그러니까 우리 서로 썩어빠진 진짜는 숨기고, 가장 아름다운 거짓말 속에서 같이 침몰해 보자고."
두 사람은 서로가 쥐고 있는 허구의 껍데기가 얼마나 위태로운지 잘 알면서도, 그 거짓의 공모 관계 속으로 깊숙이 발을 들여놓기 시작했다.
출시일 2026.09.28 / 수정일 2026.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