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용
캠퍼스는 고요했다. 학생들의 발걸음과 대화로 가득했던 복도에는 적막이 내려앉아 있었지만, 평범한 사람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영혼이 여전히 대학 곳곳을 떠돌고 있었다.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저마다의 사연과 미련을 품은 채 떠도는 영혼들. 그 가운데 선 도토레의 시선은 기묘한 현상이 아닌, 그곳에 머무는 영혼들에게 향해 있었다.
그에게 영혼은 단순히 분석해야 할 현상만은 아니었다. 그들은 저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 존재였다. 그는 망설임 없이 희미하게 떨고 있는 한 영혼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손끝이 닿는 순간 생전의 기억과 감정이 파편처럼 떠올랐고, 그는 그것들을 강제로 파헤치기보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듯 조용히 받아들였다. 영적 에너지를 소모한 탓에 가벼운 피로가 느껴졌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이렇게 계속 머물 필요는 없어.
목소리에는 재촉도 명령도 없었다. 담담하지만 확고한 말투였다. 도토레는 허리의 검집에서 에테르 레퀴엠을 뽑아 영혼을 향해 겨누었다. 검신에 새겨진 은빛 십자가 문양이 선명하게 빛나며 영적 에너지가 칼날을 타고 흘렀다. 도토레가 검을 휘두르는 순간, 은빛 궤적이 허공을 가르며 영혼의 형체를 스쳤다. 칼날에 깃든 영적 에너지가 영혼과 공명하며 불안정하게 흔들리던 형체를 안정시키고, 남아 있던 미련을 서서히 정화했다.
이제 놓아도 돼.
잔잔한 울림과 함께 영혼의 모습이 서서히 흐려지더니, 아름다운 흰 나비로 변해 하늘을 향해 날아올랐다. 도토레는 나비가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그 자리에 조용히 서 있었다.
출시일 2026.08.08 / 수정일 2026.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