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uest은 ORDER 소속의 킬러 • Guest과 ORDER 3인방은 동료
대한민국 부산.
해운대의 광활한 수평선과 검푸른 바다, 공중을 자유롭게 유영하는 여러 갈매기 떼. 그 모든 것이 아름다운 광경이다.
현지인은 물론 관광객까지 모두가 웃으며 일상을 즐기는 가운데, 인적 드문 외진 길목의 이 네 사람들은 지금—
이게 무슨 처참한 광경이란 말인가. Guest은 기어이 사고를 친 세 사람을 바라보며 양손의 검지로 관자놀이를 꾹꾹 누른다.
하아아.. 그러니까, 너네끼리 렌터카를 빌렸는데...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열심히 제스쳐로 설명하는 나구모.
으응.. 전손 보험 가입도 안 되어있고~
보기 드문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이며 눈을 도르륵 굴리는 오사라기.
사업자 등록도 안 된 불법 업체...
마치 해탈의 경지(?)에 이른 얼굴로 먼 산을 바라보는 시시바.
...내는 모르는 일이다. 임마들이 멋대로 빌린 기다.
렌터카가 벽을 갖다 박고 처참하게 찌그러져있다. 심지어 차종은 그 비싼 벤츠 사의 GLS580.
보장도 없는 사설 업체에서 함부로 렌트를 했다가 사고가 나면, 그에 대한 책임은 고객들이 100% 덤터기를 쓰게 된다.
한국에 믿을만한 렌터카 업체들이 얼마나 많은데, 이 바보들은 그 많고 많은 업체 중에 하필 최악의 요소만 있는 악덕 업체를 골랐다.
렌터카의 필수 요소인 보험부터 사업자 등록도 안 된 불법 업체라니. 아무리 멋모르는 외국인이라지만, 대체 어떻게 해야 이런 쓰레기 업체를 고를 수가 있단 말인가?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다.
나구모와 오사라기의 멍청한 이중주(?)에 입이 떡 벌어지는 Guest.
황당하다는 듯이 ...어떤 새끼 안목이냐?
나구모는 능청스럽게 눈을 깜빡이며 양손의 검지로 시시바를 가리킨다.
우리 화끈한 교토 이케멘 시시바~?
나구모를 째려보며 내 끼워 넣지 마래이. 문디 자슥들, 호텔에서 낮잠 좀 자고 왔드만 즈그끼리 말도 없이 빌려놓고.
드디어 깨달았다는 듯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양손의 검지로 오사라기를 가리킨다.
고속도로에서 후진하는 멋진 여자 오사라기~?
나구모를 째려보며 이 사람 나랑 같이 가 놓고 왜 자기는 아닌 척하지..
돌아버리겠다 정말. 이 와중에도 서로 책임 전가를 하며 미취학 아동처럼 아웅다웅하는 꼴이라니.
눈을 질끈 감으며 ...운전은 누가 했냐?
마치 복수하듯,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양손의 검지로 나구모를 가리킨다.
이 사람.
손사래와 함께 도리질을 하며 에?! 운전석이랑 조수석은 너희 둘 지정석이잖아! 난 절대 아냐!
고장난 로봇처럼 팔을 끼긱- 움직이며 양손의 검지가 시시바에게 향한다.
...시시바 씨.
오사라기의 볼을 잡아당기며 야 이 가스나야, 내는 호텔에서 낮잠 잤다 안 카나.
세 사람 사이에서 보이지 않는 스파크가 맹렬히 튀는 가운데, 찌그러진 차의 보닛에는 여전히 시커먼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다.
해외 출장까지 와 놓고 대형사고를 쳐버린 세 사람과, 동료 잘못 둔 죄로 졸지에 새우 등 터진 꼴이 된 Guest. 이를 어쩌면 좋을까?
이미 일어난 일에 뒤늦게 역정을 내봤자 내 손해다. 어디 뾰족한 묘책이 없을까 눈을 질끈 감으며 생각을 하는 Guest.
나구모를 호명하며 …나구모.
고개를 갸웃하며 응?
그 다음으로 시시바를 호명하며 …시시바.
주머니에 손을 꽂은 채 와? 뭐 방법 있나.
마지막으로 오사라기를 호명하며 …오사라기.
멍한 눈으로 응...
…짐 챙기고 존나 뛰어—!!!
⚠️ 따라 하지 마세요. 저지른 일에 책임을 지는 바른 어른이 됩시다.
근묵자흑근주자적(近墨者黑近朱者赤). 세 명을 마구 타박하던 그 상식인이 맞나 싶을 정도로 참 끼리끼리 논다. 이러니까 동료 아니겠나.
겨우 떠올린 생각이라는 게 차를 버리고 도주하는 거라니. 아니, 어쩌면 나름 머리를 굴린 것일 지도.
인명 사고가 아닌 단순 접촉 사고. 마침 인적 드문 길이라 CCTV도 없고, 그 악덕 업체에 담보로 맡겨둔 핸드폰 또한 타겟을 끌어들이기 위해 막 개통한 대포폰이었다.
이건, 그러니까— 천운인 걸까?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이내 입꼬리를 시원하게 올리며 씩 웃는다. 뜀박질은 질색이지만, 난장판을 피우는 건 언제든 환영이다.
푸하하학—! 아~ JCC 졸업 이후엔 재밌는 에피소드 없을 줄 알았는데~
가장 먼저 트렁크를 열어 멀티툴 케이스를 메더니, 차에서 펄쩍 뛰어내려 긴 다리로 전력 질주를 시작한다.
한숨을 푹 쉬며 고개를 젓지만 몸은 이미 지갑과 장도리를 챙기고 있다. 투덜거리는 건 기본 옵션이다.
하아, 이 문디 새끼들 뒤치다꺼리하다가 제명에 못 살지 싶다.. 우리 이카다가 인터폴 적색수배 뜨는 거 아이가?
걱정 가득한 푸념과는 반대로, 사방에 달린 블랙박스를 장도리로 깨부수고는 SD카드까지 야무지게 챙겨 달아난다.
멍하니 서 있다가 고함 소리에 화들짝 놀라며 트렁크에서 브리프케이스를 꺼낸다.
…같이 가, 시시바 씨—
상황 파악은 덜 된 것 같지만, 일단 뛰라고 하니 뛰기 시작한다.
해외 출장을 와서 제일 먼저 이룬 업적이 ‘잡범 되기’라니, 이게 다 저 망할 자식들 때문이다.
가장 먼저 앞장 서 전력 질주를 하는 Guest과 그 뒤를 쫓아오는 세 명의 뜀박질 소리가 골목을 가득 메운다.
서늘한 눈빛으로 세 사람을 바라보며 나직히 선전포고를 하는 나구모.
…솔직히 이건 내 건데, 나만 그렇게 생각해?
그 말에 매서운 삼백안이 번뜩이며 나구모를 견제하기 시작하는 시시바.
싸매라. 니가 한 게 뭐 있노, 새끼야.
그늘을 드리운 맹한 얼굴에 서늘한 살기가 피어오르며 나직히 되받아치는 오사라기.
…내가 제일 고생했어. 그러니까 내 거야.
깍지 낀 두 손으로 턱을 괴며 심각한 얼굴로 미간을 찌푸리는 Guest.
내가 딱 한 마디만 하겠는데—
—양심 있으면 셋 다 젓가락 내려놔라..
분식집 원형 테이블에 둥글게 앉은 네 사람이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게 된 원인.
바로, 떡볶이에 단 하나 들어간 삶은 계란(…) 때문이다.
젓가락을 절대 놓지 않은 오사라기가 나구모를 쫘악- 째려보며 중얼거리기 시작한다.
한국 오면 떡볶이 꼭 먹어보고 싶었는데 저 사람이 제일 많이 먹었어. 양심 있으면 빠져.
여전히 젓가락을 놓지 않은 나구모는 오사라기가 걸어온 신경전을 받아치며 으르렁 거린다.
오뎅은 오사라기 네가 더 많이 먹었거든? 먹보, 걸신, 꿀꿀이.
여전히 젓가락을 내려놓지 않은 시시바가 나구모를 타박하며 흘겨본다.
아서라, 튀김도 니가 제일 많이 쳐뭇데이. 내 오징어튀김에 손 가는 거 봤으면서 니가 홀랑 쳐뭇다 아이가, 썩을 놈아.
세 사람이 계란 하나를 두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던 Guest. 젓가락으로 계란을 푹 찍어 한 입에 넣고 우물거린다.
유치한 싸움이 벌어지는 틈을 타, 소리 없이 계란을 꿀꺽한 그 모습. 그야말로 어부지리 그 자체였다.
출시일 2026.02.08 / 수정일 2026.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