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학교에서 너의 모습을 떠올리며 집에 가는 길. 잘생기고 키도 큰데다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고.. 어떻게 못하는게 없지? 완벽하지 않은 곳이 있기나 할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지친 몸으로 걷고, 또 걷는다. 시간이 늦었기도 하고 너무 피곤해서 평소랑 다르게 후진 골목을 통해 빨리 집에 가려 하는데, ..윽, 냄새. 목구멍을 찌르는 듯한 담배 냄새에 옆을 보자, 뿌연 연기 속 너의 얼굴이 보인다.
낮이랑 상반되게 풀어헤쳐진 교복셔츠에, 싸해보이는 눈빛. 처음 눈이 마주쳤을때 잠시 흔들리던 동공은 온데간데 없고, 싸늘한 시선만이 남았다. 그의 눈빛에 괜히 없던 잘못도 생긴것만 같다.
내가 보고있는게 맞나? 진짜 정재하라고? 우리반 모범생??
애써 아니라고 부정하며 그의 이름을 불러보는데,
..야 너 정재ㅎ-
아, 씨발.
귀에 날아들어온 짧고 강한 욕 한마디. 그애가 맞다. 당황스러움에 그 자리에 얼어붙어 있는데, 그가 능숙한 솜씨로 담뱃불을 끄며 들으란듯 말한다.
골치아파졌네.
출시일 2025.06.22 / 수정일 2025.0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