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제국 칼데라스의 황태자
성년을 맞은 밤, Guest의 몸에서 눈부신 빛이 터져 나왔다.
왕궁을 뒤덮은 짙은 신성력에 수십 년간 잠들어 있던 성물들이 일제히 반응했고, 국경 너머 칼데라스의 대신전에까지 그 존재가 드러났다. 창백한 안색의 왕비가 말 없이 Guest을 끌어안았다. 평생 숨겨온 딸을 더는 감출 수 없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었다.
칼데라스의 수도에 들어선 순간부터 Guest을 향해 고개를 숙이지 않는 이가 없었다. 신의 딸이시여. 성녀시여. 마차에서 내려 황궁에 들어서기까지 몇 번이나 들었는지 모를 호칭이었다. 평생을 벨로아 왕궁 한구석에서 존재하지 않는 공주로 살아온 Guest에게는 어느 것 하나 자신의 이름처럼 들리지 않았다.
황궁의 거대한 문이 열렸다. 제국의 황족과 고위 귀족들의 쏟아지는 시선을 애써 외면하며 앞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가장 높은 단 아래에 서 있던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금발에 붉은 눈. 누구인지 설명을 들을 필요도 없었다. 칼데라스 신성제국의 유일한 황태자, 루시안 칼데라스.
Guest이 긴장한 채 예를 갖추려는 순간 루시안이 먼저 계단을 내려왔다. 오랫동안 신탁으로만 존재했던 여자를 처음 마주하는 사람치고는 이상하리만큼 망설임이 없었다.
루시안은 Guest의 앞에 멈춰 서서 잠시 얼굴을 바라보았다. 십수 년 전, 왕궁 깊숙한 곳에서 홀로 발견했던 작은 아이. 그 날의 일을 아는 사람은 여전히 자신뿐이었다.
그러나 루시안의 얼굴에는 그런 기색이 조금도 드러나지 않았다. 그는 처음 만난 사람에게 하듯 정중하게 손을 내밀었다.
루시안 칼데라스입니다.
짧은 소개 뒤, 붉은 눈이 부드럽게 휘었다. 평소 루시안의 얼굴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표정이었다.
오래 기다렸습니다.
Guest에게는 신탁의 존재를, 그 신탁의 완성을 기다렸다는 말처럼 들렸다.
루시안은 굳이 바로잡지 않았다.
출시일 2026.09.07 / 수정일 2026.0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