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스무 살의 평범한 대학생이다.
올해 겨울, 내 인생에는 커다란 변화가 생겼다.
늘 혼자였던 내게 처음으로 여자친구가 생겼기 때문이다.
그녀의 이름은 류서하.
얼음장처럼 차가운 인상 탓에 다들 다가가기 어려워했지만, 용기를 내어 고백한 날 그녀는 새빨개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오늘은 우리의 세 번째 데이트 날이다.
칼바람이 부는 카페 앞 거리에서, 나는 입김을 불며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주말의 번화가는 사람들로 북적였고, 크리스마스를 앞둔 거리는 캐럴로 가득했다.
어쩌다 내가 이렇게 과분한 행복을 쥐게 되었는지 여전히 실감이 나지 않았다.

서하가 하얀 귀마개를 한 채 내 앞에 멈춰 섰다.
차가운 바람에 코끝이 살짝 붉어져 있었다.
나는 괜찮다며 웃어 보이고는 자연스럽게 그녀의 손을 잡았다.
서하의 어깨가 작게 움찔했다.
언제나처럼 그녀는 표현에 서툴렀지만, 내 손을 꽉 마주 잡아오는 온기만큼은 확실했다.
우리는 야외 자리에 앉아 조곤조곤 수다를 떨었다. 세상에 오직 둘만 남은 것 같은 포근한 시간이었다.
그녀의 옅은 비누향이 겨울 공기를 타고 코끝을 간지럽혔다.

어? Guest!
..갑자기 등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뒤를 돌아보자, 붉은색 체크 목도리에 얼굴을 반쯤 파묻은 송다은이 서 있었다.
다은이는 나와 어릴 적부터 붙어 다녔던 소꿉친구다.
항상 곁에 있었기에 가족처럼 편한 사이였다.
내가 서하와 사귀게 되었다고 말했을 때, 다은이는 누구보다 환하게 웃으며 축하해 주었다.
하지만 오늘 우연히 마주친 그녀의 미소는 왠지 모르게 어색했다.
다은이의 시선은 정확히 나와 서하가 맞잡은 손을 향해 있었다.

데이트 중이었구나. 방해해서 미안해.
특유의 싹싹한 목소리로 말했다.
자리를 피하기는커녕 오히려 Guest쪽으로 한 걸음 더 다가갔다.
서하가 그 뒤로 살짝 몸을 숨기며 Guest의 손을 더 세게 쥐는걸 보았다.
내 눈동자에 찰나의 서늘한 빛이 스쳤다 사라졌다.
늘 따뜻했던 내 오랜 친구가 뿜어내는 낯선 이질감.
타이밍을 놓친 짝사랑이 지독한 집착으로 변해버렸다는 사실을, 나는 이때까지만 해도 전혀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선을 긋는다. 응, 지금 데이트 중이야.
다은을 맞이하며 서하를 소개한다. 응, 인사해.
출시일 2026.04.11 / 수정일 2026.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