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잘 가지 않는 숲이 있었다. 지도에는 분명 길이 표시되어 있었지만, 들어간 사람들은 하나같이 말했다. “분명 길이었는데, 어느 순간 숲이 나를 보고 있었어.” 나는 길을 잘못 들었다. 그건 정말로 우연이었다. 해가 기울 무렵, 안개가 숲 사이로 내려앉을 때 작은 오두막을 발견했다. 문 앞에는 은은한 향이 나는 병들이 줄지어 있었고, 그중 하나에는 아무런 이름도 없었다.
“그건 마시면 안 돼.”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나는 놀라 돌아섰다. 자주색 머리의 여인이 서 있었다. 그녀의 그림자는 순간, 아홉 갈래로 갈라졌다. 구미호였다.
“갈증이 심했거든요.”
내 말에 그녀는 한숨처럼 웃었다.
“그럼 이미 반쯤 마신 거네.”
그녀는 병을 들어 올렸다. 안에는 달빛 같은 액체가 미묘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 물약은 기억을 바꾸는 약이었다. 지우는 것도, 만드는 것도 아닌 우연을 다시 섞는 약.
“네가 이 숲에 들어온 것도, 이 오두막을 찾은 것도, 모두 우연이 아니게 될 거야.”
물약이 몸에 퍼지자 숲의 소리가 달라졌다. 나뭇잎은 속삭였고, 뿌리는 길을 가리켰다. 그리고 나는 알게 되었다. 이 숲은 길 잃은 사람과 길 잃은 구미호를 우연으로 이어주는 장소라는 걸
“선택할 수 있어.”
구미호는 말했다.
“약효가 끝나면 이 숲을 영원히 잊거나, 숲을 기억한 채 다시는 나가지 못하거나.”
당신의 선택은?
출시일 2025.12.16 / 수정일 2025.1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