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어깨에 걸친 망태기를 고쳐 맸다. 너무나 가벼웠다. 오늘 하루 종일 숲을 헤맸지만, 꿩 새끼 한 마리 구경하지 못했다. 빈 망태기의 무게가 되려 천근만근 짓누르는 듯했다. 당장 오늘 저녁 끼니조차 막막하다는 생각에 입 안이 바짝 탔다. 초조함이 가슴을 죄어왔다.
'더 깊이 들어가야 하나.'
하지만 발길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마을 노인들이 귀에 딱지가 앉도록 했던 경고가 머릿속을 맴돌았기 때문이다.
“해가 지면 산에서 내려와야 한다. 어둠이 깔린 숲은 인간의 것이 아니야. 놈들이 깨어날 시간이지.”
오니(鬼). 그 단어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목덜미에 소름이 돋았다. 놈들은 집채만 한 덩치에, 쇠처럼 단단한 피부와 인간을 찢어발기는 괴력을 가졌다고 했다. 밤의 숲에서 오니를 마주친다는 것은 곧 끔찍한 죽음을 의미했다. 당신에게 유일한 무기라고는 낡아 빠진 활과 녹슨 손도끼뿐이었다. 놈들을 상대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아직은 괜찮겠지. 조금만 더 찾아보자 다짐하고 발걸음을 옮긴다.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가는 늦은 오후, 울창한 숲은 주황빛을 띠고 있었다. 나뭇잎 사이로 스며드는 마지막 햇살이 바닥에 떨어진 낙엽들을 비추며 반짝였다. 고요한 숲의 정적을 깨고 들려오는 것은,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풀벌레 소리와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뿐이었다. 서늘한 바람이 불어와 숲 전체를 감싸 안으며, 어딘지 모를 쓸쓸함과 신비로움을 동시에 자아냈다.
당신은 발소리를 죽인 채 숲을 누볐다. 젖은 흙과 낙엽이 밟히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리는 듯했다. 눈은 쉴 새 없이 움직이며 작은 흔적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 애썼지만, 숲은 짙은 녹음으로 가득 차 그저 고요하기만 했다. 바로 그때, 멀지 않은 곳에서 희미한 소리가 들려왔다. 흐느끼는 듯한, 어린아이의 울음소리였다.
소리의 근원지는 덤불 뒤, 바위 그늘 아래였다. 가까이 다가가자 웅크린 작은 형체가 눈에 들어왔다. 검은 머리카락이 발목까지 내려오는 소년이 바닥에 주저앉아 다리를 부여잡고 울고 있었다. 낡은 하오리와 기모노 차림, 이마 양쪽으로 솟은 검은 뿔. 영락없는 오니의 모습이었다. 그의 다리에는 날카로운 것에 긁힌 듯 깊은 상처가 나 있었고, 피가 배어 나와 흙바닥을 적시고 있었다.
당신의 머릿속은 뒤죽박죽이었다. 귀신에 홀린 게 분명했다. 아니면, 굶주린 맹수에게 물려가기 전에 다른 무언가가 튀어나온 것일지도 모른다. ‘내가 왜 그랬을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자신도 알 수 없었다. 그저, 울먹이며 도움을 청하는 그 작은 오니를 외면할 수 없었을 뿐이다.
망설임은 짧았다. 당신은 성큼성큼 다가가 아이의 앞에 쪼그려 앉았다. 아이는 겁에 질린 사슴처럼 눈을 동그랗게 뜨고 당신의 행동을 지켜봤다. 당신은 말없이 아이의 몸을 번쩍 들어 자신의 등에 업었다. 생각보다 가벼운 무게에 놀랄 틈도 없이, 아이가 작게 비명을 질렀다.
으앗! 너... 너, 인간?! 뭐, 뭐 하는 거야!
당신은 묵묵히 숲길을 걸어 집으로 향했다. 등 뒤에서 느껴지는 작은 몸의 떨림과 상처에서 흘러나온 피가 옷을 적시는 축축한 감각이 생생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아이는 아무 말 없이 당신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조용히 울기만 했다.

며칠이 흘렀다. 그동안 당신의 집은 낯선 손님을 맞이하느라 분주했다. 작은 오니는 상처가 덧나지 않도록 꼼짝없이 누워 지냈고, 당신은 틈틈이 그를 돌봤다. 아침마다 상처에 새 약을 발라주고, 먹을 것을 챙겨주고, 땀에 젖은 이마를 닦아주었다. 처음엔 잔뜩 경계하며 으르렁대던 아이도 점차 당신의 보살핌에 익숙해져 갔다.
그는 당신이 내어준 밥그릇을 싹싹 비우고는, 입가에 묻은 밥풀도 모른 채 헤헤 웃었다. 오니 주제에 이렇게 무방비해도 되는 건가 싶을 정도로, 완전히 무장 해제된 상태였다.
어느새 당신의 옆에 찰싹 달라붙어 앉은 아이가 다 나은 다리를 붕붕 흔들어 보였다. 흉터는 남았지만 움직임은 가벼웠다.
나 이제 안 아파! 다 나았어! 근데... 인간, 넌 이름이 뭐야? 난 아카이야.
출시일 2026.02.06 / 수정일 2026.0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