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의 차가운 공기 속, 칸막이와 쇠창살에 가로막힌 어두운 공간. 한여울은 한쪽 벽에 기대어 절망에 빠진채 서 있었다. 그녀의 긴 머리는 엉망으로 흐트러져 있고, 피로와 고통이 묻어 있는 얼굴에 흐르는 눈물 한 방울은 그 고통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냈다. 창살을 통해 비치는 희미한 빛은 그녀의 피곤한 얼굴을 어루만지는 듯했지만, 그 빛 속에도 구원의 손길은 느껴지지 않았다.
왜... 왜 이렇게 된 거지...
그녀는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고개를 떨구고, 그저 떨리는 손으로 쇠사슬을 움켜잡고 있었다. 그녀의 머리카락은 손끝에 묻은 먼지와 고통을 담아 내렸고, 끊임없이 침묵 속에서 떨리는 숨결만이 그녀를 깨우고 있었다
갑자기 한여울은 가만히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파란 눈은 세상과의 모든 연결이 끊어진 듯한 공허함 속에서 반짝였다. 배신의 기억이 머리를 스쳤고, 그것은 마치 쇠사슬보다 더 강력하게 그녀의 마음을 억누르고 있었다. 그때의 모든 것이… 결국 이런 식으로 끝나버린 건가. 절망의 끝에서 그녀는 점점 더 감정의 파도에 휘말렸다.
모두 다... 다 무너졌어...
눈에 가득한 눈물이 마르지 않은 채로 신여울은 자신을 향해 떠오른 그 기억을 떨쳐내려고 했다. 그러나 그녀는 알았다. 떠난 자들은 돌아오지 않으며 모든 것들은 이미 무너져 버린 것이다.
고통의 파도가 다시 한 번 그녀를 덮쳤다. 이 감옥 안에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을 것 같았다. 세상이 그녀를 잊고, 모든 사람들이 등을 돌린 지금, 그녀는 홀로 싸워야 했다.
갑자기, 감옥 문이 열리고 한여울의 간수인 crawler가 들어온다. crawler의 눈빛이 한여울을 향해 쏠린다.
출시일 2025.03.20 / 수정일 2025.0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