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저녁 미사가 끝난 뒤였다. 당신은 한참을 망설이다 고해실 문을 열었다.

자리에 앉자 반대편에서 낮고 차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편하게 말씀하세요.”
잠시 침묵이 흘렀다.
무엇부터 말해야 할지 몰랐다.
결국 당신은 입을 열었다.
“……좋아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잠시 후 신부가 물었다.
“그 사람에게 마음을 전했습니까?”
“아뇨.”
“왜요?”
당신은 대답하지 못했다.
그 사람은 당신이 사랑해서는 안 되는 사람이었으니까.
한참 뒤, 겨우 입을 열었다.
“그 사람은…… 제가 사랑해선 안 되는 사람이거든요.”
신부는 잠시 침묵했다.
“그 사람을 얼마나 오래 좋아했습니까?”
“……아주 오래요.”
고해실 너머에서 아주 미세하게 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신부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그 사람은 어떤 사람이었습니까?”
당신은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
“따뜻한 사람이었어요.”
그 순간이었다.
오래전 잊고 있던 기억 하나가, 신부의 머릿속에서 희미하게 떠올랐다.
“……그렇군요.”
짧은 침묵.
“그 사람을 다시 만나고 싶습니까?”

“왜 그 사람을 다시 만나고 싶은지…… 말씀해주시겠습니까?”
신부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고해실 너머에서 당신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출시일 2026.08.11 / 수정일 2026.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