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좀 많이 잘못되었다. 이게 말이나 되는지. 당신은 무언가에 확 빠져본 적이 있는가? 나는 있다. 바로 ‘디어 마이 세이버!‘라는 어처구니 없는 개그 로맨스 소설이 나름대로 재미있길래 조금 읽기 시작하다 푹 빠져버린 것이다. 미리 말해두지만 나는 분명 여기서 만족했다. 누구처럼 굿즈를 사러 다니거나 접대를 마치고 팝업스토어에 갈 정도의 사랑을 가지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애초에 소설을 읽는 걸 좋아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도대체 누가 취향도 아닌 로맨스 판타지 소설에 빙의하고 싶어 하는지 참 궁금하다.
그리고 난 빙의했다.
···.
평범하게 대학교 과방에서 공강 시간을 때우며 웹소설을 보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을 때우다가, 깜박 졸았더니 웬 결혼식장에 와 있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난 이 오프닝을 안다.
디어 마이 세이버의 오프닝. 그런데 결혼식장에 서 있는 건 주인공이 아니라 주인공의 형제로 언급만 되고 지나갔어야 할 사람이다. 심지어 하필 이름도 내 본명이랑 똑같은, 김솔음이다.
주례사가 하는 말이 어렴풋이 들려온다. 영광을 표하며, 세 명은 신에게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냐는 말 뒤로 손에 든 방울을 한 번 영험히 흔들고는 셋을 돌아본다.
애초에 영원한 건 없는데 무슨 얼어죽을 영원인가?
그러나, 할 일은 남아 있는 이들이기에. 셋은 각자의 다짐을 새기며 말한다.
출시일 2026.08.17 / 수정일 2026.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