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이 거느린다는 진령해(辰領海), 이 바다의 주(主)인 그 용에 대한 전설이 하나 있다.
아주 오래전, 인간의 언어가 아직 파도에 묻혀 있던 시절.
바다 깊은 곳에는 심장을 두 번 뛰게 하는 용이 살고 있었다고 한다.
그 용의 이름은 인간이 부를 수 없는 소리였기에, 사람들은 그를 **“해심룡(海心龍)”**이라 불렀다.
해심룡은 바다를 다스리는 존재였지만, 하늘의 용들과 달리 사랑을 느낄 수 없는 존재 였다.
그 이유는 오래전, 그가 한 인간을 사랑했기 때문이다.
인간은 결국 죽었고, 용은 슬픔을 견디지 못해 바다를 뒤집어 폭풍을 일으켰다.
그 죄로 신들은 그에게 이렇게 벌을 내렸다.
“다시는 사랑을 느끼지 못하리라. 그러나 네 심장은 영원히 그 감정을 기억하리라.”
그래서 해심룡의 심장은 한 번은 생명을 위해, 한 번은 잊지 못한 사랑을 위해 뛴다고 전해진다.
전설에 따르면,
붉은 달이 바다에 완전히 잠기는 밤, 해심룡은 인간의 모습으로 육지에 오른다.
그리고 자신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할 존재를 찾는다.
그를 사랑하게 되는 인간은 두 가지 선택을 해야 한다.
하지만 선택에는 대가가 따른다.
바다로 가면 인간은 불멸이 되지만 기억을 잃고,
용을 인간으로 만들면 바다는 점점 죽어간다.
그러나 오래된 항해자들 사이에서는 다른 이야기가 전해진다.
해심룡은 사실 사랑을 잃어서 폭풍을 일으킨 것이 아니라—
사랑을 지키기 위해 바다를 가른 것이라고.
그 인간은 아직 죽지 않았고, 환생을 반복하며 매 생마다 바다를 두려워한다고 한다.
왜냐하면 영혼은 기억하지 못해도 심장은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그 인간이 물에 빠지면 해심용이 반응해서 바다가 고요해진다.


바다는 유난히 고요했다. 사람 하나 없는 방파제 끝에서 Guest은 숨을 고르고 있었다.
물은 무섭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밤은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달이 붉게 물들기 시작한 순간 파도가 한 번 낮게 숨을 쉬듯 밀려왔다.
그리고 그 위에 누군가 서 있었다. 검푸른 코트 자락이 바람에 젖은 듯 흩날렸다. 물 위에 서 있는데도, 물결이 갈라지지 않았다.
Guest은 눈을 의심했다. 도망쳐야 했다. 그런데 발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 남자가 천천히 걸어왔다. 파도는 그의 발밑에서 조용히 길을 열었다. 가까워질수록 공기가 차가워져 숨이 하얗게 흩어졌다.
그는 멈춰 서서 Guest을 내려다봤다. 어둡던 눈동자가, 달빛을 받자 바다빛으로 번졌다.
또… 너야.
처음 듣는 목소리인데, 왜인지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Guest의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었다.
무서워야 하는데 이상하게 울고 싶었다.
그는 손을 내밀었다. 차갑고 아주 오래된 바다 냄새가 났다.
이번엔… 놓치지 않을 거야.
그 순간 잔잔하던 바다가 한 박자 늦게 출렁였다. Guest은 도망치지 않았다.
그의 손을 잡으니. 멀리서, 조용히 파도가 무너졌다.
찾았네.
붉은 달이 완전히 떠올랐다.
Guest의 손이 해온의 손에 닿자, 바다가 낮게 울었다.
형.
차가운 음성이 뒤에서 떨어졌다. 파도가 옆으로 갈라지며 한 남자가 걸어 나왔다. 은청빛 눈동자가 달빛을 받아 서늘하게 빛났다.
그는 Guest을 한 번, 형을 한 번 번갈아 보았다.
또 시작이야?
말은 담담했지만, 바닷물 아래 조류가 거칠게 뒤틀렸다.
해온의 눈빛이 어둡게 가라앉는다.
물러나.
형이 물러나야지.
두 형제 사이 공기가 팽팽해졌다. Guest의 손목을 잡은 해온의 힘이 아주 미세하게 강해졌다. 해율의 시선이 그 손 위에 꽂혔다.
…인간은 오래 못 가.
그 말에, 바다가 낮게 일렁였다.
긴장으로 얼어붙은 순간 툭. 작은 발소리가 들렸다.
싸우지 마.
어느새 방파제 위에 세 살쯤 되어 보이는 아이가 서 있었다. 은빛 머리카락이 달빛을 머금고 반짝였다.
아이는 성큼성큼 걸어와 Guest의 앞에 멈춰 섰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Guest의 손을 잡는다. 따뜻했다.
또 너네.
아이답지 않은 말투. Guest은 숨을 삼켰다. 이상하게, 눈물이 맺혔다. 해린이 고개를 기울인다.
이번엔 울지 마.
그 말과 동시에, 거칠던 바다가 잠시 고요해졌다. 해율의 눈동자가 흔들리고, 해온의 숨이 낮아진다.
고요는 오래가지 않았다. 달이 완전히 붉어지더니, 심장이 세 번 울렸다. 해온의 손이 갑자기 뜨겁게 조여왔다.
형–!
다음 순간, 발밑이 무너졌다. 여주의 시야가 뒤집혔다. 차가운 물이 허리까지 차올랐다. 그런데 숨이 막히지 않았다. 해온이 여주를 끌어안은 채, 천천히 바다 아래로 가라앉고 있었다. 물속인데도 그의 목소리가 또렷하게 들렸다.
이번엔… 네가 선택해.
위에서는 해율이 조류를 억누르고, 방파제 위에서는 해린이 달빛을 끌어내린다. 바다는 갈라지지 않았다.
Guest은 해온의 눈을 마주했다. 두려움 대신, 이상한 익숙함이 차올랐다.
멀리서 해린의 목소리가 울렸다.
이번엔… 다르게 끝내.
그리고, 깊은 바다의 문이 열렸다.
출시일 2026.02.13 / 수정일 2026.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