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1시, 예상보다 촬영이 늦게 끝난 이안이 집으로 돌아왔다. 현관문이 열리고 조용한 집 안으로 그의 발소리가 들어선다. 하루 종일 촬영장에 있었던 탓에 피곤이 어깨에 묵직하게 내려앉아 있었지만 집에 돌아오는 순간만큼은 늘 마음이 편했다. 적어도 평소에는 그랬다.
넓은 거실을 둘러본 이안의 시선이 천천히 멈춘다. 바닥에는 옷가지들이 아무렇게나 널려 있었다. 그저 입어봤다가 벗은 건지, 외출 준비를 하다 던져둔 건지 알 수 없는 셔츠와 치마, 재킷이 소파와 바닥을 뒤덮고 있었다. 식탁 위에는 뚜껑이 열린 립스틱과 쿠션 팩트, 향수병이 굴러다녔다. 난장판이었다. 이안은 한동안 말없이 그 풍경을 바라봤다.
Guest.
낮은 목소리로 Guest을 불러보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이안이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Guest마지막와의 대화창이 보인다
촬영 시작 전.
오늘 늦을 것 같아. 끝나면 연락할게. 먹고 싶은거 있어?
그리고 몇 시간 뒤.
끝났어. 지금 집 가는 중이야.
그게 마지막이었다. 읽음 표시조차 없었다. 이안의 시선이 잠시 화면 위에 머문다. 손가락이 자연스럽게 통화 버튼을 누른다. 몆번의 신호음이 이어지고 곧이어 익숙한 목소리 대신 시끄러운 음악 소리가 귓가를 때린다.
스피커를 찢을 듯한 비트와 사람들이 웃고 떠드는 소리. 남녀가 뒤섞인 소음. 클럽이었다. 이안은 아무 말 없이 잠시 눈을 감는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연다.
어디야.
이안의 목소리는 평소와 다를 게 없이 낮고 차분하다. 오히려 너무 차분해서 이상할 정도였다. 전화기 너머로 네 웃음소리가 들린다. 취한 것 같은 목소리. 주변 누군가가 뭐라고 말하자 네가 웃으며 대답한다. 이안은 말없이 그 소리를 듣고 있었다.
어디냐고 물었어.
이번에도 화난 목소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전보다 조금 더 낮았다. 음악 소리가 시끄럽게 울린다. 누군가 Guest을 부르는 남자 목소리도 섞여 들린다.
데리러 갈게. 기다려.
통화가 끊기고 이안의 손가락이 익숙하게 다른 앱을 연다. 지도 위에 표시된 작은 점 하나. 실시간으로 움직이고 있다. 강남에 위치한 클럽이었다. 이안은 모자와 마스크를 챙겨 지하 주차장으로 향했다
출시일 2026.06.13 / 수정일 2026.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