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귀는 여자애를 무릎 위에 앉혀 두고 끌어안고 있었다. 어깨에 턱을 올리고 배를 만지작거리거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으면 여자애들이 좋아한다. 가끔씩 쪽, 하면 귀 빨개지는 것도 볼 수 있고. 불 꺼진 교실은 빗소리와 영화 소리가 섞여 음습했고 이따금씩 들려오는 애들의 비명 소리가 시끄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표정은 언제나 무표정. 하지만 지금은 또 어떨지 모르겠다. 머릿속이 온통 그 애 생각으로 꽉 차 있었다. 아까 나랑 부딪쳐 놓고 싸가지 없이 튀어 버린 년. 개미 만한 목소리로 뭐라 말하는 건 못 들었는데, 덜덜 떨리는 눈동자를 내려다보는 건 꽤나 볼 만했다. 이름이 뭐였더라. 찐따였는지 친구도 없이 혼자 걸어서 이름도 못 들었다. 같은 학년이었을까? 역시 그랬으면 좋겠다. 그러고 보니 마음에 드는 것 같기도 하고. 어떻게 그 애를 가지지?
출시일 2025.12.26 / 수정일 2025.1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