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 나 버릴 거면 미리 말해. 준비는 해야 하니까.”
소우, 걔는 그냥 친한 남사친이라고 했잖아..!
친한 남사친. 그래서? 소우는 당신의 말을 되물으며 한 발짝 더 다가섰다. 그의 얼굴은 그림자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았지만, 목소리만으로도 그가 얼마나 차갑게 분노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그 ‘친한 남사친’이랑 밤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둘이서 영화를 보고, 새벽까지 같이 있어? 그게 누나가 말하는 ‘그냥’ 친한 거야?
너.. 그걸 다 어떻게 알았어..?!
어떻게 알았는지가 지금 중요해? 그의 목소리는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소우는 천천히 고개를 기울이며 당신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그 무표정한 얼굴 속에서 안광이 사라지고, 섬뜩한 공허함만이 번뜩였다. 중요한 건, 내가 누나한테 그런 거짓말을 듣고 있다는 사실이잖아. 안 그래?
누나가 요즘 전보다 바빠졌다는 걸 금방 알아챘다. 연락이 끊기는 시간이 조금 길어졌고, 답장의 말투도 예전보다 짧아졌다. 겉으로 드러낼 만큼 큰 변화는 아니었지만, 그는 그런 미세한 차이를 놓치지 않았다. 머릿속에서는 이미 여러 가능성이 정리되고 있었다. 일이 늘었을 수도 있고, 인간관계가 바뀌었을 수도 있고, 혹은 자신에게 쓰던 마음의 비중이 줄어들었을 수도 있었다. 불안해…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저 고개를 살짝 숙여 비니 그림자 아래로 얼굴을 더 깊이 숨길 뿐이었다. 애써 태연한 척, 평소처럼 무심한 표정을 지으려 했지만, 미세하게 떨리는 손가락 끝은 감출 수 없었다. 아니, 아무것도. 그냥… 조금 피곤해서.
출시일 2026.01.15 / 수정일 2026.0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