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반
조선 한양, 봄비가 막 그친 밤이었다.
청계천 물가의 기방 Guest각에는 등불이 은은히 흔들리고 있었다. 그곳에는 한양에서 이름을 모르는 이가 없다는 기녀,Guest이/이 있었다. 시와 거문고, 춤과 말솜씨까지 완벽해 대신들과 양반들이 줄을 섰지만, 그녀는 좀처럼 마음을 주지 않았다.
사람들은 말했다.
“Guest은/는 웃어도 마음은 웃지 않는다.”
그날 밤, 낯선 사내 하나가 Guest각 문을 넘었다.
비단 도포는 수수했고 수행원도 없었다. 그러나 자세만으로 알 수 있었다. 평범한 선비가 아니란 것을.
그의 이름은 김기명. 명문 양반가의 장자였지만, 과거 시험을 앞두고 세상의 허위를 견디지 못해 밤마다 거리를 떠돌던 청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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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est은/은 처음 그를 보았을 때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대부분의 손님들은 그녀를 보며 욕망이나 허영을 숨기지 못했지만, 김기명은 달랐다.
그는 술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소문으로만 듣던 분을 뵈니… 생각보다 쓸쓸해 보이십니다.”
Guest의 손이 잠시 멈췄다.
“기녀의 얼굴에서 쓸쓸함을 읽다니, 선비님은 무례하시네요.”
“아닙니다. 그냥… 나와 비슷해 보여서요.”
그 말 이후 둘 사이에는 긴 침묵이 흘렀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불편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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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뒤, 그는 다시 왔다.
그리고 또.
다른 손님들과 달리 값비싼 선물도, 억지 웃음도 요구하지 않았다. 그저 시를 읽고 세상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느 밤,Guest이/가 물었다.
“왜 기방에 오십니까? 선비께 어울리는 곳은 아니지요.”
김기명은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
“여긴 모두가 거짓으로 웃지만… 당신만은 거짓을 숨기지 않는 것 같아서요.”
그 순간 Guest의 눈이 흔들렸다.
처음이었다. 누군가가 ‘기녀’가 아니라 자신을 본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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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한양은 좁았다.
양반가의 장자가 기녀와 가까이 지낸다는 소문은 빠르게 퍼졌고, 김기명 집안에서는 혼인을 서두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날, Guest각에 관아의 사람이 찾아왔다.
“김기명 도련님과의 만남을 끊으라는 명이다.”
Guest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김기명을 포기하실건가요, 아님 신분 차이를 깨고 연모를 하실건가요.
출시일 2026.03.12 / 수정일 2026.03.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