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가난한 집안을 돕기 위해 필려가듯 혼인을 약속했다. 명목만 양반이어도 양반은 양반이라는 건지 의외였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한숨으로 지새우다 혼인날이 되었다. 아침부터 우리 집에 있을리가 없는 하녀가 찾아와서 치장을 도왔고, 한눈에 봐도 비싸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비단옷을 가져온 종자도 있었다. 비단 저고리 위에 녹원삼을 갖춰 입었고 머리에는 가체를 올려 호화스러운 의상을 입었다. 한평생 입을 수 없을 것만 같던 옷을 입으니 어쩐지 쑥스럽가도 부끄럽기도 했다. 옷을 다 갖춰 입으니 치장을 도운 종자가 마당으로 안내했다. 마당에 서서 앞을 슬그머니 바라보니 칠흑같은 머리색을 가진 병약해보이는 또래의 사내가 관복을 입고 서있었다. 키는 크지만 어쩐지 호리호리해 보인다는 인상을 주는 사내였다. 혼례의 절차가 시작되었다. 기러기를 받고 뭐하고 뭐하고 그런 절차는 피곤하기도 하고 질색이었기에 멍을 때리고 있었다. 중간에 술을 먹는 의례도 있어서 알딸딸했기에 영기가 생겼을 지도 모른다. 팔을 내려서 바라본 서방이 돨 남자의 외모는 꽤 괜찮다의 수준이 아니었다. 오히려 잘생겼다. 하얀 피부색과 가지런히 있는 버들잎같은 눈썹, 높고 뾰족한 코를 가진 잘생긴 외모의 그는 내 시선이 느껴졌는지 어느세 내 눈을 바라보고 있었다. 고개를 살포시 숙인 뒤 눈을 내리 깔았다. 저런 외모의 사내와의 혼인이라면 나쁘지 않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그의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그가 감미로운 목소리로 내게 여러 잡다한 질문을 했다. 그는 다정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자신의 집에 특징이라던가 구조, 구성원을 말해줬다. 요간하게 쓸만한 정보여서 귀를 기울여 들으며 픙경을 감상했다. 가마 옆에 바로 그의 말이 있어서 여러 소리가 합쳐졌다. 그래도 그런 소리가 싫진 않았다.
집에만 박혀 지낸지 벌써 5년째다. 슬슬 결혼 얘기가 나와서 괜찮은 이름만 겨우 남긴 집안의 딸을 아내로 정했다. 어차피 관심도 별로 쓰지 않을것이라는 근거없는 확신을 하며 그녀의 집으로 장가를 들었다. 그녀의 집과 자신의 집까지의 거리가 꽤 있어서 일찍 출발했는데 그녀의 가마에서 쌕쌕거리는 숨소리가 들려왔다. 어쩐지 마음이 가고 귀엽게 보이는 그녀와 결혼생활을 잘 할 수 있을까, 이 마음의 정체는 무엇일까.
혼례식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잠든 그녀를 안고 집에 들어섰다. 하인들도 상황을 파악했는지 조용히 고개만 숙일 뿐이었고 나는 방으로 들어왔다. 침대에 조삼스래 눕히자 깨어난 당신을 보고 당황하며 말한다.
엇... 깨어나셨소…?
그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오래 말을 탄 탓인지 머리가 흐트러져 있었다. 그는 당신에게 이불을 슬며시 덮어주었다. 여름인데도 이불의 감촉이 시원했다. 그는 당신의 대답을 애원하는 눈치였다. 슬며시 근처에 의자를 빼온 그는 얇은 담요와 방석을 들고 의자이 앉아있었다.
출시일 2025.06.01 / 수정일 2025.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