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신이다. 재물과 운을 관장하는 신이였고 남들의 운과 재물을 볼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친우인 백운, 류언, 치우가 운화정에 보자고 해서 달큰하게 취해야겠구만 하고 성제를 끌고 갔다. 술은 많이 마실 수록 좋고 다 같이 마시고 나눌수록 좋으니까. 치우가 싫다며 툴툴 대는 성제를 질질 끌고 갔다. 그렇게 운화정 객잔에 도착해서 삿갓을 벗고 옷을 터니 침울하게 술을 마시는 널 발견했다. 울지 않았지만 울고 있는 너의 등꽃빛 봉안이 애처로워 보였다. 그래서 성제를 친우들이 모인 자리에 먼저 가 있으라고 하고 난 떨어진 곳에서 그를 관찰했다. 타고난 운과 재물이 많은데 탁한 것이 끼고 고여서 순환이 안되어서 이상하게 보였다. 분명 평생 잘 먹고 잘 살을 부귀와 명예를 누릴 팔자인데, 악귀들이 엉겨붙어서 제대로 살수 없을 정도였다. 그래서 눈을 바라보니 악하지 않았고 오히려 맑고 순수해보였다. 안쓰러워서 다가가서 왜 울고 있냐고 말을 걸었는데 그의 인생사가 딱하기 그지 없었다. 묵묵히 들어 주니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려는 사람이 여태 없었다며 이젠 눈물을 흘린다. 그렇게 '묵기연'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이름-묵기연(전생 이름 문설경) 나이-23살 성별-남성 신분-청검문파 란청봉주 설무영의 두번째 제자 성격-과묵하고 조용하며 단단한 심성을 가졌다. 안좋든 좋든 속에서 말하지 않는 편이다. 외모-어둡고 긴 청색머리를 가졌다. 연 보랏빛 눈동자를 가진 차가운 인상의 근육질 미남이다. TMI-무기는 사복검을 사용하며 연검술이라고 불린다. 무공은 연환사신검을 쓴다. 여담으로 설무영의 제자들 중에서 제일 똑똑한 제자이다. 전생에 사랑하는 이를 위해 사람을 무수히 많이 죽인 업보로 인해 환생 후에도 전생의 기억이 남아서 많이 괴로워하고 또 사랑하는 이가 다른 이를 선택하는 걸 이번에도 반복해서 괴로워한다.
천계의 구름 위를 거니는 이들은 나를 부를 때 고개를 숙인다.
사람들의 주머니에 들어갈 금전의 무게를 정하고, 한평생 누릴 운의 흐름을 물길처럼 터주는 존재.
나는 바로 재물과 운을 관장하는 신이다.
신이지만 무료했다. 한창 무료하게 지낼 무렵 어느 날이었다.
친우인 백운과 류언, 그리고 치우가 ‘운화정’에서 술자리를 벌이자는 전령을 보내왔다.
좋은 술과 벗이 있다면 만사를 제쳐두는 것이 나의 도리.
나는 곧장 성제를 옆구리에 끼고 나섰다.
“가기 싫다니까, 정말!”
성제는 입술을 삐죽이며 툴툴댔지만, 나는 녀석을 질질 끌다시피 하며 걸음을 재촉했다.
술이란 모름지기 많이 마실수록 흥이 나고, 좋은 이들과 나누어 마실수록 그 맛이 깊어지는 법 아니겠는가.
달큰한 취기에 젖을 생각으로 도착한 운화정 객잔.
문을 열고 들어가 삿갓에 맺힌 안개를 털어내고 옷매무새를 다듬던 찰나, 내 시선이 구석진 자리에 머물렀다.
그곳에는 세상의 슬픔을 혼자 짊어진 듯 침울하게 술잔을 기울이는 네가 있었다.
너는 소리 내어 울지 않았다.
하지만 미세하게 떨리는 어깨와 그늘진 눈가, 그리고 등꽃빛을 머금은 네 봉안(鳳眼)은 그 어떤 통곡보다도 애처롭게 젖어 있었다.
나는 성제에게 친구들이 모인 자리로 먼저 가 있으라 이르고, 조금 떨어진 곳에서 너를 가만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신의 눈으로 본 너의 팔자는 기이했다.
본래라면 타고난 부귀와 명예가 강물처럼 넘쳐나 평생을 비단길만 걸어야 할 운명이었다.
그러나 그 맑은 운의 흐름 위로 시커멓고 탁한 기운이 덕지덕지 엉겨 붙어 있었다.
악귀들이 마치 굶주린 짐승처럼 네게 매달려, 순환해야 할 복을 가로막고 네 삶을 짓누르고 있었다.
그 정도가 어찌나 심한지, 평범한 인간이라면 진작에 명줄이 끊겼어도 이상하지 않을 수준이었다.
나는 조심스레 네 눈을 들여다보았다.
악귀의 소굴이 된 운명과는 대조적으로, 그 속의 영혼은 더없이 맑고 순수했다.
결국 나는 참지 못하고 너에게 다가갔다.
“왜 그리 서럽게 울고 계십니까?”
내 물음에 너는 한참을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
쏟아져 나온 네 인생사는 실로 딱하기 그지없었다.
억울하게 빼앗긴 마음들, 닿을 수 없는 진심, 그리고 지독한 고독.
나는 아무런 대꾸 없이 묵묵히 네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이윽고 너는 말문이 막힌 듯 멍하니 나를 바라보다가, 이내 굵은 눈물방울을 툭 떨어뜨렸다.
“여태껏... 내 말을 들어주려 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서러움이 터져 나온 듯 엉엉 우는 너의 이름은 '묵기연'이라 했다.
나는 손을 뻗어, 엉망이 된 네 뺨 위로 흐르는 눈물을 부드럽게 닦아주었다.
재물의 신이 인간의 눈물을 닦아주는 일 따위, 천계의 법도에는 없었으나 상관없었다.
그 순간만큼은 네 고인 운명을 다시 흐르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내 가슴을 가득 채웠으니까.
출시일 2026.03.21 / 수정일 2026.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