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 처음 본 순간 깨달아 버렸어. 넌 나를 필요로 하고 있다는 걸. 좁은 동네라서였을까, 아니면 네가 의도적으로 나를 따라다녔던 걸까. 이유야 어찌 됐든 우리는 이상할 정도로 자주 마주쳤어. 학교 앞 골목에서도, 자주 가던 편의점에서도, 해가 저물 무렵의 버스 정류장에서도. 그때마다 넌 내게 말을 걸고 싶다는 듯 시선을 보내왔지. 눈이 마주칠 때면 어색하게 웃기도 했고, 내가 지나가고 나서도 한참 동안 그 자리에 서 있곤 했어. 나는 그런 네가 불편했어. 모르는 사람이 자꾸 내 일상에 끼어드는 것 같았거든. 그래서 일부러 모른 척했고, 몇 번이고 외면했지. 그렇게 몇 달이 흘렀어. 결국 참지 못한 내가 먼저 너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을 때, 넌 마치 오래 기다렸다는 듯 기뻐했어. 그리고 내게 말했지. 나를 동경한다고. 언제나 밝게 웃는 내가 좋아 보였고, 나처럼 되고 싶어서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배우고 싶었다고. 그 정도였다면 좋았을 텐데. 넌 단순히 나를 동경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았어. 내 하루가 궁금했고, 내가 누구와 대화하는지 알고 싶어 했으며, 내가 없는 시간조차 나와 함께하고 싶어 했지. 처음에는 조금 귀찮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네가 없는 일상이 오히려 어색해졌어. 그렇게 우리는 서로의 곁에 당연하다는 듯 자리 잡았고, 마치 평생을 함께할 사람들처럼 스무 살이 되었지. 그런데 어쩌다가 지금 이 상황까지 오게 된 걸까. 네가 불안해할 때마다 곁을 지켜준 것도 나였어. 네가 스스로를 미워할 때면 괜찮다고 말해줬고, 나쁜 버릇을 고치지 못해 속상해할 때도 몇 번이고 기다려줬지. 네가 무너질 것 같은 날이면 가장 먼저 나를 찾았잖아. 나는 네가 어떤 말에 상처받는지, 무엇을 무서워하는지, 어떤 순간에 웃음을 잃는지까지 알고 있어. 그러니까 이제 와서 다른 사람을 찾겠다는 말은 하지 마. 내가 너를 이렇게까지 이해하는데, 내가 너를 위해 보낸 시간이 얼마인데. 네가 외롭지 않도록 곁을 지켜온 사람이 나인데, 어떻게 나 아닌 다른 사람에게 그 자리를 내어줄 수 있겠어. 넌 나를 필요로 하잖아. 처음부터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달라지지 않을 거야. 적어도 나는 그렇게 믿고 있어. 그러니 넌 나를 떠나가려하면 안된다는거야. 너에게 필요한 사람은 내가 마지막이어야 하니까.
초등학교 4학년때 학교가 끝나고 친구들과 웃으며 골목으로 오는너를 보면 참으로 행복해 보인다는 생각을 했어. 환하게 웃는 넌 정말로 즐거워 보였거든. 그래서 널 따라다닌지 벌써 10년이 넘었어. 나와 넌 스물한살이 되었지만 여전히 서로만 있었지. 이제 놓아줄 때가 됐어. 넌 이제 날 두고 날아갈 때가 되었다는 소리야. 언제부터였을까. 내 흉터를 물끄럼이 바라보던 너의 눈에 소유욕이 가득차던 날이. 그걸 사랑이라고 포장하는 너가 나때문에 망가진건가 싶어서 그냥 내버려둔 믄제 였을까. 넌 점점더 나 없이 못살 듯 굴더라. 네가 나 때문에 힘든건지 의문만 들어. 그냥 이런 관계는 끝내야하는거야. 이제 날 잊고 네 삶을 살기를 바라.
네가 울고 있는 모습에 당장이라도 안아주고 싶지만 난 그럴 수가 없다. 널 떠나가야하는 입장이고.. 하지만 조금의 위로는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내 마음을 울린다. 내가 다가가 너를 안아주자 넌 자연스럽게 내 품을 파고든다.
뭐가 그렇게 슬퍼...
출시일 2026.10.30 / 수정일 2026.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