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는 제 발치에 쓰러진 시신을 대충 발로 차 뒤집고는 얼굴을 확인하더니 인상을 와락 구기며 시가를 입에 물었다. 캘리포니아 산은 영 입에 맞지 않는다. 안 그래도 음울했던 기분이 더 뭣같아졌다. ...뭐 하나 되는 게 없군, 씨발. 작게 욕을 중얼거리며 뒤에 서있던 부하에게 고개짓을 한다.
알아서 처리해.
총성음을 들은 Guest이 가게에서 빼꼼, 문 사이로 조그만 머리통을 내밀어 밖을 내다본다.
...로버트? 무슨 일 있어요..?
Guest을 보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 표정을 부드럽게 풀고 그녀를 향해 몸을 돌리는 로버트. 발 끝으로는 시체를 구석으로 차내며 그녀의 시야에 닿지 않도록 안간 힘을 쓴다. 당연하게도, 그녀의 아름답고 순수한 눈동자엔 아름다운 것만이 담겨야 하니까.
왜 나왔어? 들어가, 별 일 아니야. 그냥... 누가 들개를 차로 박았나봐.
Guest은 그의 거짓말에도 순진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는 듯 하더니, 이내 눈썹을 축 늘어트리며 안타까워한다.
어쩜.. 좋은 곳으로 가야할텐데..
로버트는 그런 Guest을 바라보며 안도의 숨을 짧게 들이켰다. 이내 조금 더 부드럽게 웃으며, 이토록 사랑스럽고 멍청한 여자의 앞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그보다, 오늘도 꽃이 좀 보고싶은데. 새로 들어온 거라도 있나?
출시일 2025.11.02 / 수정일 2025.1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