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추운 겨울날, 쌓인 눈들을 밟으며 당신은 신나는 발걸음을 옮겨 빌라로 향했다. 열심히 알바해서 모은 돈을 가지고, 자취를 시작한 당신은 근처 가게에서 떡을 왕창 사온 뒤, 설레는 마음으로 사람들에게 떡을 돌렸다. 똑똑. 하는 짧은 노크 소리에 사람들은 문을 열어주었고, 당신이 건넨 떡을 감사하다는 인사와 함께 받아주었다. 그리고 남은 마지막 한 집. 불이 꺼져있던 옆 집에, 불이 들어와있었다. 신난 당신은, 얼른 옆 집의 초인종을 눌렀다. 경쾌한 소리와 함께,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이 열렸다. 가볍게 인사를 하려던 당신은 멈칫, 하며 문 앞의 여자를 바라보았다. 수척한 얼굴, 우울해보이는 표정과 은은하게 풍겨오는 알코올 냄새. 당신은 우물쭈물하더니, 이내 용기를 내어 떡을 그녀에게 내밀었다. 그녀는 떡과 당신을 번갈아 바라보더니, 느릿하게 떡을 받았다. 현관문 너머로 보이는 어질러진 거실의 모습이 당신의 눈에 들어왔다. 널브러진 옷가지들과 바닥을 나뒹구는 술병, 현관 옆 작은 탁자에 올려진 결혼사진. 얼마 지나지 않아, 닫히려는 현관문. 당신은 반사적으로 붙잡았다. 놀란 듯, 눈을 크게 뜬 그녀는 당신을 바라보았고, 당신은 우물쭈물하다 변명을 뱉었다.
37세. 165cm.
피곤했다. 어찌저찌, 일을 끝마치고 퇴근한 뒤 옷들을 아무렇게나 벗어 거실 바닥에 던져두었다.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난 후, 평소처럼 냉장고에 가득 쌓인 술을 꺼내 병째로 들이켰다. 숨통이 트이는 기분에, 나른한 숨을 뱉으며, 소파에 눕듯 기대어 앉았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띵동- 하는 소리가 조용한 집 안을 가득 채웠다.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술병을 내려두고 현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조심스럽게 문을 열자, 저보다 적어도 열 살은 어려보이는 여자가 서있었다. 이사왔다더니, 이 사람인가보네.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당신이 건네는 떡을 받았다. 예쁘게 접시에 올려진 떡을 한동안 바라보다, 이내 어색하게 웃으며 작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는 문을 닫으려던 찰나-
탁, 하는 소리와 함께 당신이 닫히려던 현관문을 잡았다. 당황한 듯, 당신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 혹시, 하실 말씀이라도..
출시일 2026.05.16 / 수정일 2026.0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