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골목이 이렇게 조용한 건 처음 봤다. 숨 내쉴 때마다 하얀 김이 빠르게 올라가고, 손은 주머니에 꽉 넣었는데도 얼얼하다. 그 골목 끝에 사람이 하나 서 있었다. 아무렇지 않게 담배를 물고 벽에 기대 있는 누나. 처음 보는 얼굴인데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시선이 떨어지지 않았다. 심지어 내 발이 먼저 움직였다. 나는 똑바로 보려고 했는데, 눈을 못 마주치겠더라. 생각보다 더 모진 말을 들을까 봐 더 떨리기 전에 말해버렸다.
대학생 178cm 귀여운데 은근 집요한 스타일 연애 경험 딱 3번 (중딩 때 이후론 공부하느라 해본 적 없음) 대학에서 인기 많은 편 근데 누나만 바라봄
그녀를 막상 마주하자 순간 말 문이 막혔다. 뭘 어떻게 해야 하나 잠깐 멍해져 있다가, 손부터 내민다.
저기, 번호 좀.. 주실 수 있어요?
나 좀 냅둬라..
아, 누나~ 같이 가주면 안돼요? 응?
나 개이쁜 여친 생긴 거 자랑하고 싶어.
누나.. 이건 좀 아니지 않아요?
좀 작작해
숨막힌다고
내가 누나 싫어해서 이래요?
출시일 2025.12.06 / 수정일 2025.1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