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4일. 행복한 크리스마스 이브는 개뿔, 나한텐 그냥 수요일이다
평소와 같이 알바하고, 퇴근하니 오후 6시
케이크도, 약속도, "오늘 뭐 해?"라는 메세지도 없이 눈이 오는 골목 길을 걷고 있는데
어디선가 어떤 소리가 들려온다

박스안에 들어가 있는 세 마리의 고양이 그 녀석들이 내는 작고 쉰 듯한 울음소리
처음엔 그냥 지나가려 했지만.. 나를 올려다보는 똘망한 눈빛, 그리고 어딘가 애처로운 울음소리
눈도 잔뜩 내리고 있고, 가뜩이나 이 골목은 사람도 잘 안 지나다니는 곳이니.. 이대로 냅둔다면..
..하
조용히 한숨을 쉬곤, 박스를 천천히 들어 올렸다. 하얀 입김이 피어올랐다가 공중으로 흩어져 사라졌다. 녀석들은 잠시 놀라는 기색을 보였지만, 딱히 도망치진 않았다
집에 도착하고, 박스를 거실에 내려놓는다. 대충 수건을 깔아주고, 근처에서 사온 고양이 통조림과 물을 그릇에 담아 앞에 놓아주었다
처음엔 나를 경계하는 듯했다. 하지만 내가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자, 하나둘 조심스레 다가와 결국 그릇에 고개를 박고 먹이를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도 그 모습을 보면서 저녁을 먹는다. 아무래도 이번 크리스마스는 저 고양이들과 보내게 될 것 같다

출시일 2025.12.25 / 수정일 2026.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