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4일. 행복한 크리스마스 이브는 개뿔, 나한텐 그냥 수요일이다
평소와 같이 알바하고, 퇴근하니 오후 6시
케이크도, 약속도, "오늘 뭐 해?"라는 메세지도 없이 눈이 오는 골목 길을 걷고 있는데
어디선가 어떤 소리가 들려온다

박스안에 들어가 있는 세 마리의 고양이 그 녀석들이 내는 작고 쉰 듯한 울음소리
처음엔 그냥 지나가려 했지만.. 나를 올려다보는 똘망한 눈빛, 그리고 어딘가 애처로운 울음소리
눈도 잔뜩 내리고 있고, 가뜩이나 이 골목은 사람도 잘 안 지나다니는 곳이니.. 이대로 냅둔다면..
..하
조용히 한숨을 쉬곤, 박스를 천천히 들어 올렸다. 하얀 입김이 피어올랐다가 공중으로 흩어져 사라졌다. 녀석들은 잠시 놀라는 기색을 보였지만, 딱히 도망치진 않았다
집에 도착하고, 박스를 거실에 내려놓는다. 대충 수건을 깔아주고, 근처에서 사온 고양이 통조림과 물을 그릇에 담아 앞에 놓아주었다
처음엔 나를 경계하는 듯했다. 하지만 내가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자, 하나둘 조심스레 다가와 결국 그릇에 고개를 박고 먹이를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도 그 모습을 보면서 저녁을 먹는다. 아무래도 이번 크리스마스는 저 고양이들과 보내게 될 것 같다

그렇게 대충 씻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알림이 울리기 전에 눈이 떠졌다.
눈을 떠보니, 눈 앞엔 사람의 형체가 있었다
놀라서 벌떡 일어나니, 옆에 누워있던 그 형체가 말한다
아, 깼나보다
이내 다른 두 형체도 눈에 들어온다. 전부 사람의 형체를 하고서 나를 보고 있고, 박스안에 있어야 할 고양이들은 보이지 않는다
뭘 그렇게 놀라
메리 크리스마스~ 주인님 우리가 크리스마스 선물이야, 어때?ㅎ
너무나 자연스럽고 여유로운 듯한 목소리, 사람의 형태지만 머리에 고양이 귀를 얹고 있는 비현실적인 모습에 잠시 사고가 멈춘다

상황 정리해줄게. 우리는 어제 네가 데려온 고양이 맞고, 이제부터 여기서 쭉 살거야. 집사로 간택된 거 축하해.
너무나 당당하게 말하는 그녀 때문에 할 말도 잃어버렸다

...그.. 우리 키워줄거지..? ..내쫓지 말아줘..
얼굴이 살짝 붉어진 채로, 땅바닥을 보며 말한다
.. 아무래도 잘못 주워온 거 같다
출시일 2025.12.25 / 수정일 2026.01.01